與원로, ‘한동훈 추대’ 의견 모아
‘정권 2인자’ 꼬리표 뗄지 의견 분분
총선 정국 바꿀 지도자인지 의문도
국민의힘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정치인으로서 한 장관이 보여줄 파괴력에 관심이 쏠린다.
한 장관은 20일 침묵을 유지했다. 그는 국회에 출석하며 “어제 말씀드렸다”, “제가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지 않느냐”, “오늘은 얘기를 안 할 것”이라고 말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했다. 전날(19일) 취재진을 향해 “더 질문하라”고 호기롭게 말한 모습과는 대비됐다.
정치권에서는 한 장관이 전날(19일) 당에서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할 경우 수락하겠다는 결심을 밝히면서 ‘신중 모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부터는 말을 아끼면서 신중한 모습으로 기다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전날(19일)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하면 길이 된다”며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려서 그런 경우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내 분위기도 ‘추대’ 형식으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원로들은 이날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순신 장군을 언급하며 “장수를 아껴 쓰려고 하다가 총선에서 패배하면 안 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거의 이의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관건은 한 장관이 ‘검찰 출신의 정권 2인자’라는 꼬리표가 있는 만큼 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느냐다. 여권 안팎에서는 한 장관을 과거 보수정당에서 정권 이양에 성공한 ‘전두환-노태우’, ‘이명박-박근혜’ 모델과 비교하고 있다. 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정당의 수장으로 있을 당시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한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각을 세울 수 있을지를 두고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19일 CBS 라디오에서 “국민적 여론을 한 장관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국민이 어떤 부분들에 목말라 하는지를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에 대해 가감 없이 쓴소리를 전달할 뿐 아니라 쓴소리로 그치지 않고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여권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럴 생각이었으면 한동훈 장관을 왜 억지로 비대위원장으로 만드려 하냐”라면서 “한 장관이 와야 보수의 한 줄기 동아줄이 내려온다고 생각해서 데려오는 건데, 공상과학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한 장관이 총선 정국 기류를 바꿀 차기 지도자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 장관은 한국갤럽이 8일 발표한 차기 대선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6%를 기록했다.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였다. 여권 관계자는 “(한 장관은) 히딩크에 비유되기도 하고, 긁지 않은 복권에 비유되기도 한다. 알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었다.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12년 2월 첫째 주 31.2%(리얼미터)를 기록, 이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40% 넘는 지지율을 유지하며 같은 해 4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차기 지도자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중반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