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비투비(BTOB)와 큐브엔터테인먼트가 11년 동안 이어온 전속계약을 종료했습니다. 11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비투비의 연예 활동을 책임져온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긴 세월 동안 당사 소속으로 자랑스러운 활약을 펼친 비투비, 그리고 언제나 비투비의 곁에서 힘이 되어 주신 멜로디(공식 팬덤명)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라며 비투비 멤버들의 향후 활동을 응원하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비투비 멤버 서은광·이민혁·임현식·프니엘은 신생 기획사에서, 이창섭은 판타지오에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배우로도 활약 중인 육성재의 향후 거처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고요.
멤버들이 속해있는 회사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멤버 모두 완전체 활동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비투비는 앞으로도 활발한 완전체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기에 앞서 마무리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상표권’ 문제입니다. 비투비가 아니더라도 이전부터 수많은 아이돌이 상표권 문제를 겪어왔죠. 비투비의 소속사 선배였던 큐브엔터테인먼트의 비스트,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의 브레이브걸스 등을 예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소속사와 소속 가수 간의 계약이 종료될 때마다 화두로 떠오르는 상표권이란 무엇일까요. 상표권의 개념과 상표권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상표권이란 상표 등록자가 등록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아이돌 그룹의 경우 그룹 활동으로 인한 이익을 소속사의 동의 없이 제3자가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룹명을 상표로 등록하곤 하는데요. 문제는 소속사와 소속 가수의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입니다. 소속사가 소속 가수와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그룹 활동이나 브랜드 가치에 대한 지분을 주장하기 위해 상표권을 등록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 상표법에서는 출원이나 등록돼 있지 않은 상표의 경우 상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든 상표 등록을 낼 수 있는 ‘선출원·등록주의’를 채택할 수 있어 위와 같은 경우가 업계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계약 종료 시점이 돼서야 상표권을 등록하거나 상표권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소속사의 사례도 발생하고 있죠. 이때 상표권과 관련해 소속사와 가수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해당 가수는 활동명을 바꿔 활동하거나 소송에 들어가야 합니다. 실제로 많은 아이돌이 소속사와 계약이 종료된 뒤 이름을 사용하지 못해 활동에 제약을 받았습니다.
비투비의 소속사 선배 그룹 ‘비스트(BEAST)’만 보더라도 큐브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만료된 뒤 상표권을 가지고 오지 못해 ‘하이라이트(HIGHLIGHT)’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갔죠. 비스트로 쌓아 올린 9년의 세월을 뒤로한 채 멤버들이 ‘어라운드어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새로운 이름으로 연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한 그룹 ‘브레이브걸스(BRAVE GIRLS)’ 역시 기존의 이름이 아닌 새로운 이름 ‘브브걸’로 앨범을 발매하며 새 출발을 알렸습니다.
아이돌계의 조상이라 불리는 그룹 ‘H.O.T’도 최근 5년 동안 활동 시절 소속사 대표를 지낸 김경욱 전 SM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소송을 진행했는데요. H.O.T 측에서는 2018년 재결합 콘서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H.O.T’라는 상표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김 전 대표의 주장을 고려해 H.O.T를 풀어쓴 이름인 ‘High-five of Teenager’로 콘서트를 진행했지만, 김 전 대표가 이와 관련해 저작권 및 상표권 침해 소송을 걸어왔습니다. 법원은 올해 5월 H.O.T의 손을 들었고요. 오래도록 완전체 활동을 보여준 그룹 ‘신화’ 역시 12년간의 노력 끝에 2015년 신화라는 이름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소속사와의 전속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상표권 분쟁 없이 수월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아이돌 그룹들도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소녀시대입니다. 2007년 8월 5일 데뷔한 소녀시대는 2017년까지 멤버들 모두 SM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을 이어오다 2017년 말 멤버 티파니, 수영, 서현이 새로운 소속사로 이적하며 소속사가 달라졌는데요. 그러나 소녀시대 멤버들은 여전히 소녀시대로 남아있습니다. 22년 8월에는 소속사가 다른 모든 멤버들이 모여 정규 7집을 발매하기도 했죠.
그룹 카라 역시 멤버들 모두 소속사가 다르지만, 올해 8월 15주년 기념 앨범으로 컴백한 바 있습니다. 카라의 리더 한승연은 7년 만에 성사된 완전체 활동 이후 “영원히 잊지 못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죠. 두 그룹은 멤버들이 서로 다른 소속사로 흩어졌지만, 일부 멤버가 원래 그룹 활동을 담당하던 소속사에 남아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녀시대 멤버 태연, 윤아, 효연, 유리는 여전히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카라 멤버 허영지 역시 DSP미디어에서 연예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멤버들이 소속사에 남아있지 않음에도 상표권 분쟁 없이 상표권을 양도받은 그룹들도 있습니다. 그룹 인피니트와 갓세븐을 예로 들어볼 수 있는데요. 인피니트의 경우 울림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모든 인피니트 멤버들이 기존 소속사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상표권과 관련된 모든 권리를 인피니트 멤버들에게 무상으로 이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울림엔터테인먼트 이중엽 대표는 인피니트 리더 성규의 생일을 맞아 좋은 마음으로 상표권을 양도했다고 밝혔죠.
울림엔터테인먼트 측의 통 큰 결정에 인피니트 리더 성규는 올해 5월 ‘인피니트 컴퍼니’를 설립할 수 있었습니다. 성규는 “멤버 모두 회사가 달라지다 보니 인피니트 활동만 지원할 수 있는 회사가 필요했다. 그래서 제가 회사를 설립했고 열심히 멤버들과 의논해 꾸려나가고 있다”며 완전체 활동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그룹 갓세븐 역시 JYP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모두 다른 소속사로 흩어졌지만, 리더 제이비의 주도하에 상표권을 양도받아 앨범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이비는 “JYP 정욱 사장님께서 흔쾌히 상표권 (양도)에 대해 좋게 응해주셨다. 변호사도 이렇게까지 좋게 상표권을 양도해주는 경우는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며 JYP엔터테인먼트 측에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팬들 역시 소속사가 달라진 뒤에도 완전체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돌 그룹들의 노력과 전·현 소속사들의 배려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비투비는 원 이름 그대로 방송 무대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인데요. 다만 상표권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죠. 비투비뿐 아니라 타 아이돌 그룹 또한 멤버들과 팬들에겐 ‘그룹명’은 함께해 온 추억과 기억이 담긴 전부와도 같은데요. 상표권을 향한 협의 과정에 모두가 진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