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기반으로 대선 나설 바이든 압박 용도로도
다른 국가들도 세대 갈등 좁히기 위해 분주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연말, Z세대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은 중장년층의 가치관에 맞서는 Z세대의 불만과 분노에 불을 붙이면서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달 초 여러 좌파 단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자유주의를 기반에 둔 젊은 층을 대표해 휴전을 중재하라고 압박하려는 목적에서다.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많은 젊은 층이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뽑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선 사회 정의에 관심이 많은 Z세대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게시물들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지원하거나 베이비붐 세대로 대표되는 중장년층이 이스라엘을 동정하는 것과 대비되는 그림이다. 좌파 단체들의 경고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쟁 발발 후 계속 떨어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는 상황이다.
세대 갈등은 전쟁터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득 격차부터 정치적 갈등, 기후 온난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슈에 이들은 얽혀 있다. 하버드대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존 데라 볼프는 이를 ‘최신판 낙수효과’라고 불렀다. 중장년층이 여러 사회적 문제를 유발한 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과정에서 생긴 현상이라는 것이다. 동영상 공유 앱 틱톡에선 중장년층이 누렸던 번영을 자신들이 함께 누리지 못하는 데서 느끼는 Z세대의 불만들이 넘쳐난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낡은 가치관을 꼬집을 때 쓰이는 표현인 ‘오케이 부머’라는 말이 탄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최근 갤럽 등이 실시한 주요 여론조사에서 불안과 스트레스, 슬픔, 고독 등을 느끼는 젊은 층 비율은 중장년층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의 목소리가 고령 집단인 의회에 도달하기 어려운 점도 갈등을 키운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미국 의원 평균 연령은 상원이 64세, 하원이 58세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각각 3위와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81세라는 점도 미국의 현 실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딜로이트가 44개국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Z세대 절반은 자신이 가혹한 생활을 보내고 있으며 가정을 꾸리기 힘들다고 답했다. 모로코와 이집트 등 13개국은 청년층에 의석과 입후보자를 할당하는 쿼터제를 시행하는 등 세대 갈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닛케이는 “인터넷에 넘쳐나는 불확실한 정보나 경험 부족으로 인해 젊은 층이 중장년보다 위태로운 언행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세대 장벽은 가급적 낮은 편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