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2019년 154건 대비해선 73% 증가한 수치
SM 분쟁, 카카오 공개매수로 일단락…검찰 수사 여진 계속
한국앤컴퍼니 분쟁, 조현범 회장 지분 47.16%로 우세
다올투자증권·금호석화·DB하이텍·남양유업 등도 분쟁
SM엔터테인먼트, 한국앤컴퍼니 등 올해 들어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을 둘러싼 소송전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장사들의 경영권 분쟁은 최근 5년 내 가장 많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소송등의제기·신청(경영권분쟁소송)’ 공시 건수는 26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5건에 비해서는 52%(91건) 늘었다. 경영권 분쟁 소송 규모는 2019년 154건에서 2020년 216건으로 늘었다가 다시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올해 들어 다시 대폭 증가한 모습이다.
올해 초 경영권 분쟁의 신호탄은 SM엔터테인먼트가 쏘아 올렸다. SM의 경영권을 두고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카카오가 대립했던 건이다. 이 전 총괄과 하이브 측, SM 당시 대표이사들과 카카오 측의 분쟁은 주주총회 표 대결,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여론전으로 이어졌다.
SM경영권 분쟁은 카카오가 공개매수로 최대주주에 등극하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카카오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금감원과 검찰의 수사를 받고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기소되면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연말 들어서는 한국앤컴퍼니 그룹의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간의 ‘형제의 난’이 격화하고 있다. 최근 판세는 조현범 회장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장남 조현식 고문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함께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인수에 나서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은 지분 취득을 통해 차남인 조현범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20일 0.42% 지분을 추가로 취득했고, 효성첨단소재 역시 0.21% 지분을 추가로 사들인 상태다.
조현범 회장(42.03%)과 조양래 명예회장, 효성첨단소재가 보유한 총지분은 47.16%에 달한다. 조현식 고문 측은 30.35%다. 다만 조현범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됐던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어느 쪽 편도 아니라며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중립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고, 조현범 회장 측이 지분 과반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조현식·조희경·조희원 등 세 남매는 한국앤컴퍼니 소액주주들에게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고 전문경영진 체제를 확립해서 한국앤컴퍼니의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개선하고자 한다는 MBK파트너스를 지지하고 지원한다"며 "설립자의 가족이자 저희 역시 같은 주주로서 일반 주주분들께 공개매수 참여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조카의 난'을 일으켰던 개인 최대주주 박철완 전 상무가 회사 측의 자사주 교환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조짐이다. LG에서는 선대 회장의 세 모녀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속 분쟁이 벌어졌다.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창업주 이재웅 전 대표와 2대주주 롯데렌탈과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형제의 난’은 대체로 실패한 반란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롯데그룹에서 신동빈과 신동주의 대결에선 사실상 신동빈이 승리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철완 전 상무가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지분 경쟁을 벌였으나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패배했다. 한진그룹에선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결했지만 조 회장의 승리로 귀결됐다.
다올투자증권도 2대 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의 지분 매입으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이 현재 진행형이다. 김 대표는 경영권 인수에 대해 부인했으나, 전일에도 다올투자증권의 영업손실 등을 근거로 들며 이병철 회장의 보수 삭감 및 유상증자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낸 바 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성공을 거둔 래몽래인은 올해 초 초기 투자자인 벤처캐피탈(P&I문화창조투자조합·P&I문화기술투자조합)이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하면서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진 바 있다.
이외에도 올해 유니켐, 아이큐어, 오스템임플란트, 휴마시스, 남양유업, 씨아이테크, 대호에이엘, DB하이텍, 만호제강 등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