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화’ 놓고 한의사·의사 갈등 팽팽 …의·정 대화도 악화일로

입력 2023-12-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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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접근성 확대 환영” vs “건강보험 재정 낭비”

▲20일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열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중단 촉구 기자회견’ 현장에 나선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과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모습.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한방 첩약 일부에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적용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두고 의료계 직능단체들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시범사업 확대에 반색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건강보험 재정 낭비’라며 반발했다. 보건의료 정책 논의를 위해 마주 앉은 의·정 대화 분위기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연장 및 확대를 두고 의사와 한의사들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제28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첩약 급여화 2단계 시범사업 기간을 내년 4월부터 2026년 12월까지로 정했다.

대상 질환은 안면 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 등 기존 3개에 알레르기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요추추간판탈출증을 추가해 6개로 확대했다. 환자 본인 부담률도 기존 50%에서 한의원은 30%, 한방병원은 40%로 변경했다.

이에 의협은 국민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시범사업 연장 및 확대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의협은 “복지부는 첩약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1차 시범사업을 일방적으로 실시했고, 시범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구체적 방안에 대한 논의 없이 2차 시범사업까지 추진하고자 건정심 의결을 밀어붙였다”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건강보험의 급여 원칙인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 부담 정도, 사회적 편익 및 건강보험 재정상황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첩약 급여화에 국민 혈세를 낭비하기보다는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과 발전을 위한 정책 추진에 관련 재정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의계는 시범사업 확대를 반기며 의협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한의협은 “시범사업을 통해 한약이 더 많은 국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 진료선택권 보장 및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첩약뿐만 아니라 한의물리요법 등의 보장성 확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지적하는 의협의 주장에 대해서는 “시범사업에서 적용되는 기준처방은 관련 규정과 고시에서 정한 한약서 및 한약조제지침서에 근거한 처방이거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CPG)에 제시된 처방”이라며 “타 직역의 의료행위에 대해 막연히 호도하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시범사업을 둘러싼 직능 단체 간 갈등은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의협은 2020년 총파업을 단행하면서 보건의료계 4대 개악 중 하나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꼽았다. 당시에도 의협은 첩약의 안전성과 효과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시범사업에 반대했다.

의협과 정부의 소통도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 확대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까지 현안이 중첩되면서다.

의협은 올해 1월부터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정부와 보건의료 정책 방향을 의논하고 있지만, 최근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기 위해 총궐기와 1인시위 등을 진행했다. 이달 27일 의사인력 확충 정책 추진방향을 안건으로 제23차 회의를 앞두고 있다.

복지부는 건정심 논의대로 2단계 시범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김우기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은 “시범사업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분야에 한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추진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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