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행 바쁜 패션업계…소비 부진에 실적·재고자산 이중고
무신사, 일본 팝업 진행 및 에이블리 '아무드'로 일본 진출
고물가 장기화로 의류 소비가 줄면서 국내 패션업계가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보복소비가 끝나고 경기 불황까지 닥치면서 주머니 사정이 퍽퍽해진 소비자들이 의류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침체의 늪에 탈출을 위해 패션업체들은 성장 가능성이 큰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국내 패션 대기업 5사 중 삼성물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조50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78억 원으로 42% 증가했다.
반면 다른 기업들은 실적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한섬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1조7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영업이익은 688억 원으로 42.2% 하락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누적 매출액 9618억 원, 영업이익 3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4%, 63.9% 감소했다. LF의 누적 영업이익은 1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1.1% 감소했고, 코오롱FnC의 영업이익은 128억 원으로 66.9% 하락했다.
기업들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재고자산도 증가하고 있다. 한섬은 올해 3분기 652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 LF는 496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에프앤에프(F&F)도 3932억 원으로 20% 증가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3376억 원으로 5% 늘었다.
LF는 베트남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LF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 장띠엔 백화점에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의 글로벌 2호점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9월 호치민에 첫 글로벌 매장을 개소한지 약 1년 만이다. 베트남 내에서 성공적인 브랜드 안착을 바탕으로 3년 내 베트남 매장 10곳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패션그룹형지도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패션그룹형지의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은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1호점인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최근엔 중국 최대 섬유의류수출기업 디샹그룹과 손잡고 중국 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는 최근 말레이시아 몽키아라 쇼핑몰에 말레이시아 1호 매장을 개점했다. 젝시믹스는 올해에만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에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젝시믹스는 일본과 중국에서 추가로 매장을 오픈하며 입지를 다져가는 한편 대만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패션플랫폼도 해외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무신사는 11월 일본 오사카의 한큐백화점 우메다 본점에서 두 번째 팝업을 열었다. ‘미러링 서울’을 주제로 2000아카이브스, 글로니, 기준 등 11개 브랜드가 참여했는데, 7일간 총 2만여명이 방문했다. 팝업 기간 중 참여 브랜드의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거래액은 전월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에이블리는 일본 쇼핑 앱 ‘아무드(amood)’를 통한 글로벌 진출 프로세스까지 확대했다. 에이블리 모든 소호(soho) 패션 마켓은 아무드 앱 연동만 하게 되면 별도 시간 및 비용을 소비하지 않고 일본 진출이 가능하다. 에이블리의 원스톱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일본에 진출한 마켓은 1만3000여 개를 넘어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해 고물가·고금리 영향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성장 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국내 패션업체들이 실적이 악화를 우려해 해외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