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독일 인플레 영향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에 독일 기업 타격
향후 1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1% 밑돌아
노동력 부족도 심각한 문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명목 GDP는 4조4298억 달러(약 5754조3100억 원)를 기록해 일본(4조2308억 달러)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독일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GDP 3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배경에는 엔화 약세가 있다. 지난해 엔화 가치는 3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달러로 환산한 일본 GDP가 쪼그라들었다. 인플레이션으로 독일의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진 것도 한몫했다.
GDP는 증가했지만,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리기도 했던 독일의 경제는 여전히 위태롭다. 특히 독일 경제의 근간인 화학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는 상황이다. 독일 화학업체들은 주로 값싼 러시아산 가스를 이용해 왔다. 하지만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요 7개국(G7)이 대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면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현재 독일 기업들은 에너지 조달에 더 큰 비용을 치러야만 하는 상황이다.
독일의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독일 정부 경제자문위원회는 2026년 자국의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설상가상으로 향후 10년 동안의 성장률 전망치 모두 1%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서독 통일 이후 경기 침체에 빠졌던 2000년대 초반의 1~2% 성장률보다 낮은 것이다.
노동력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독일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여성과 고령자 재취업으로 노동력을 지탱해 왔다. 하지만 은퇴자 증가 추세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화율은 현재 일본이 29%, 독일이 22%다. 독일 경제자문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00만 명의 피난민을 받아들였지만 노동력의 감소를 상쇄하기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닛케이는 “독일이 성장 동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구조 개혁과 공공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함부르크상업은행의 사이러스 델랄비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육시설 확충 등 여성의 노동 참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그 해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인력 부족에 대처하는 노하우가 있다”며 “독일 기업과 정치인들은 일본의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