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립대병원을 ‘필수의료 중추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상황에, 국립대병원도 사립대병원처럼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기부금품법(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총 7건의 법안을 지난달 말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해 전국의 국립대학병원, 국립대학치과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및 지방의료원에 대하여 기부금품 모집을 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적용했다.
현행 기부금품법은 국가가 출자·출연해 설립한 법인 및 단체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 누군가 자발적으로 기부를 하지 않는 이상, 국립대병원은 민간병원과 달리 먼저 기부금 모금 홍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개정안은 국립대병원 등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동안 국립대병원은 병원 수익에 도움이 안 되는 공공의료를 수행하느라 의료 수지가 만성 적자란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희귀질환센터를 운영하거나 심장 수술이나 소아 내시경처럼 비용이 큰 수술을 위주로 의료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앞서 지난해 정부가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대폭 끌어올리는 내용의 ‘필수의료 혁신 전략’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조치 차원이다. 전 의원실 측은 본지에 “복지부와 협의를 해서 법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국립대병원을 지역 내 필수의료 전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로 세우고,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부금 모집 허용을 추진해 국립대병원 등의 노후화된 장비를 교체하고 재원 확보 창구도 늘리는 안도 그 안에 포함됐다.
다만 일각에선 기존 기부금품법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정성희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2021년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을 당시 “기부금품법의 적용 예외는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함이 타당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 전문위원은 “국가가 출자, 출연해 설립한 법인 혹은 단체가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기부행위가 사실상 ‘공권력’의 영향력에 의한 것일 수 있는 점을 제한하려는 의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립대 의과대학의 경우 의학 교육·연구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학교 후원회를 통한 모금이 가능하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 검토 의견을 남겼다.
한편,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기존 사립대학병원의 기부금 모집에 영향이 끼칠 거란 시각은 적었다.
소위 ‘빅5’ 안에 드는 서울의 한 사립대병원 측 관계자는 “저희 병원 기부금의 경우 치료를 받으신 환자분이 낸 후원금이 큰 비중을 차지해서 만약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