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급 전문인력 도입으로 IT 내부통제 강화
11월 출시 '뉴 원'…"증권사 인수 후 신속 추가 가능"
우리금융이 그룹 IT 운영방식을 ‘그룹사 직접 수행방식’으로 전환하는 ‘신(新) IT 거버넌스’를 출범했다. 이를 통해 올해 11월 출시 예정인 슈퍼 애플리케이션(앱) ‘뉴 원(New WON)’, 뱅킹 기반 서비스(BaaS) 기반 디지털 신사업 등 핵심 디지털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옥일진 우리금융그룹 디지털혁신 부문 부사장이 1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우리금융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IT 거버넌스 개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우리금융 IT 거버넌스 개편은 기존 그룹사 간 위수탁 방식에서 직접 수행방식으로의 변경을 골자로 한다. 옥 부사장은 “비즈니스, IT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금융트렌드에 맞춰 은행, 카드 등 그룹사의 자체 IT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우리에프아이에스(FIS)가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을 대신해 IT 업무를 수행해왔다. IT 업무의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개편 필요성이 제기돼 왔고, 지난해 3월 임종룡 회장은 ‘그룹 신(新) IT 거버넌스’를 주요 경영 과제로 선정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 FIS가 ‘IT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5일 우리FIS 인력의 90% 이상이 우리은행과 카드로 재배치되면서 개편 작업이 완료됐다.
우리FIS는 그룹 시너지와 효율성을 고려해 IT 보안, 그룹웨어 개발·운영 업무를 지속하고 은행, 카드 외 그룹사에 대한 IT 아웃소싱으로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새로운 IT 거버넌스 구축의 기대효과로 △디지털 경쟁력 강화 △비용의 효율성 △안정성 확보 등을 내세웠다.
새 거버넌스 구축으로 IT 개발 기간이 최대 5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에는 우리FIS를 경유해 7단계의 개발 및 유지보수 프로세스를 거쳐야 했지만, 이번 개편으로 은행 현업직원 260여 명과 우리FIS에서 이적한 IT 인력 240여 명이 원팀이 되면서 3~5단계로 단축됐다. 옥 부사장은 “변화속도가 빠른 시장과 고객 니즈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하고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며 “의사소통 걸림돌도 사라져 은행과 카드사의 자체 IT 역량도 꾸준히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외주업체 개발 비중이 줄고 자체 개발이 확대되면서 연간 15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은행·카드와 자회사 간 기획 및 품질관리 업무의 중복요소가 제거됨에 따라 은행 약 130억 원, 카드 약 20억 원의 판매관리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대신 우리금융은 디지털·IT 사업에 투자재원을 더 확보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이번 개편으로 IT 내부통제 강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IT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우리금융은 IT 내부감사 조직을 ‘사업부서- IT그룹-본부감사’로 이어지는 3중 방어체계로 재편했다. IT 개발 점검 및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관리자급 IT 전문인력인 ‘BRM(Business Relationship Manager)’ 제도 도입, 제3자 점검 등 IT 내부통제 강화계획도 수립했다.
옥 부사장은 “새로운 IT 거버넌스에서는 은행과 카드사가 직접 장애대응과 복구를 수행하게 되기 때문에 수행능력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 ‘IT 클린뱅크’를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신 IT 거버넌스’ 출범에 따라 슈퍼 앱 ‘뉴 원’, 뱅킹 기반서비스(BaaS), 생성형 AI, 디지털자산 등 디지털 사업 추진에 한층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11월 출시할 예정인 ‘뉴 원’은 기존 은행 앱을 기반으로 카드, 캐피탈, 종합금융, 저축은행 등 각 계열사의 주요 서비스를 한데 모아 제공하는 앱이다. 우리금융 측은 이번 IT 거버넌스 개편으로 우리은행 ‘뉴 원’ 구축 사업 개발에 은행 현업직원이 참여하면서 외주 개발업체에 의존했던 때와 달리 개발 소요기간이 단축되고 IT 기술력이 향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금융은 향후 증권사·보험사 등을 인수한 이후에도 앱에 신속하게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뉴 원’을 구축 중이다. 옥 부사장은 “우선 하반기에 현재 그룹사 기준으로 뉴 원을 출시하고, 이후 증권사나 보험사가 들어오면 신속하게 탑재할 수 있도록 API 표준화, 공동 클라우드 기반 구축 작업 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개편된 IT 거버넌스를 토대로 뱅킹 기반 서비스 신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뱅킹 인프라를 테크기업 등에 제공하고 해당 제휴 서비스 사용자를 우리금융 고객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모빌리티·여행·부동산·통신 등 생활 밀착형 업종 제휴를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금융 거래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금융 디지털 기반 사업의 목표다.
이밖에 은행 직원과 동일 수준의 예금 상품 상담을 진행하는 생성형 AI기술 기반 ‘AI 뱅커’를 3월 출시하고, 디지털자산 (STO·CBDC) 시장 선점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옥 부사장은 “지난해는 모바일 중심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IT 인력을 확보하고 클라우드를 고도화하는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개발 기반을 정비하는 단계였다”며 “올해는 본격적으로 디지털 전쟁에 뛰어들어 성과를 보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