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의심…최근 국내 진료인원 증가세
방치하면 장 천공, 폐색 등 합병증으로…전문가 진단 및 치료 받아야
특별한 이유 없이 3개월 이상 복통, 설사가 지속되거나 증상이 호전됐다가 다시 나빠지는 경우엔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장연구학회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체내 소화관에 심각한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며,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특징을 보인다.
만성적으로 발생하며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함에 따라 심할 경우 수술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주된 증상은 복통, 설사, 구토, 발열 등이다. 흔히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에게 ‘장 질환’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식중독을 위시한 ‘감염성 장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국내에서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염증성 장질환 환자 수는 약 30%가량 늘었다. 염증성 장질환 진료인원(입원·외래)은 2018년 6만5802명에서 2020년 7만3473명, 2022년 8만5934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염즘성 장질환은 20~40대까지 비교적 젊은 연령층이 절반을 차지했다. 통계를 볼면 2021년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진료인원 8만289명 중 20세부터 49세 환자 수가 4만6062명(51.3%)에 달했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의 대표적 증상은 장 내 염증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유전적, 환경적, 면역학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서구권 환자가 많은데 최근 국내 환자도 급증해 이를 토대로 서구화된 식습관이 염증성 장질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추정된다. 늘어난 1인 가구의 즉석식품 섭취와 인스턴트와 육류 소비량 증가 등 서구화 식습관이 주된 발병 요인으로 보고 있다.
방기배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염증성 장질환은 난치성 질환으로, 발견이 늦을수록 치료가 어려워지게 된다”며 “질환이 의심될 때에는 경미한 증상이라도 방치하지 말고 빠르게 병원을 방문,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기 증상은 복통, 잦은 설사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유사해 오인하기 쉬운데, 염증성 장질환은 발병 시 염증을 가라앉히고 설사와 복통을 없애는 약물치료를 주로 사용한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모두 장 내 염증을 비롯해 혈변과 복통, 설사, 체중 감소가 공통적인 증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세부 증상은 차이를 보인다.
궤양성 대장염은 직장에서 병변이 시작해 점차 안쪽으로 염증이 전파돼 병적인 변화가 흩어지지 않고 모두 연결돼 있다. 반면 크론병은 대장과 직장, 소장, 식도 등 위장관 전반에 걸쳐 염증이 생겨 병변이 다발성으로 발생하게 된다. 궤양성 대장염은 심하면 대장 절제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크론병은 절제술로도 완치가 힘들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 악화 시기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시기가 반복되어 실제 병의 진행 속도에 비해 환자의 임상증상이 약하거나, 혹은 병이 완치됐다고 생각해 치료를 미루거나 받지 않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장 천공, 장 폐색, 대장암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방기배 전문의는 “대장질환 조기 발견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장 내시경 검사로 장 내 염증 및 궤양 상태의 정확한 확인과 대장암을 비롯, 다른 장 질환 진단도 가능해 조기에 염증성 장질환을 발견하면 염증 손상이 적어 치료 예후도 좋다”고 강조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 유지가 중요하다. 방기배 전문의는 “기름진 음식, 오염 가능성이 있는 길거리 음식 등은 피해야 한다. 술, 커피 등 수면을 방해하는 음식도 피해야 하며, 사람에 따라 생 야채나 콩, 과일 주스 또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