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조 ETF시장 ‘메기’ 온다…비트코인 승인에 증권가 “자산시장 머니무브”

입력 2024-01-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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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ETF, 전망대로 성장하면 금 시장 넘어설 수도
제도권 편입…자산으로서 입지 강화…기관 등 대규모 자본 유입
위험자산 선호심리 강화…기술주 랠리 재차 자극 가능성도

▲3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전망처럼 비트코인 ETF 시장이 성장한다면 전세계 금 시가총액(약 13조 달러)을 단번에 넘어서게 된다. (하이투자증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하면서 비트코인 ETF가 시장을 흔들 메기로 떠올랐다. 증권가에서는 비트코인 ETF가 금시장을 추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비트코인발 자산시장 머니무브가 예상된다.

증권가 “제도권, 비트코인 자산 인정 전환점”

증권가는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두고 ‘자신시장의 빅뱅’이라고 평가했다. 제도권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하는 전환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상당 규모의 자금이 비트코인 ETF의 상품으로 유입되면서 자산으로서 입지를 강화할 공산이 크다. 초반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이 더 크겠지만, 갈수록 기관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며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고객의 인식 변화가 서서히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물 ETF는 헤지펀드, 연기금, 독립투자자문사(RIA) 등 제도권의 대규모 자본의 유입 기회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증권가가 이번 사안에 주목하는 이유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높아져 새로운 뉴노멀 금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당장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 역할은 어렵지만, 각국 중앙은행은 디지털 통화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도권으로 편입된 비트코인이 정말 금과 같은 달러 대체재 역할을 해 나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개인투자자에게 권유할 상품이 생겼다는 점도 의의다. 아울러 자산운용사는 신규 자금을 확보할 기회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AP/뉴시스)

글로벌 자산시장 수요 블랙홀로

비트코인 ETF가 글로벌 자산시장의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로운 자산군이 ETF화되는 사건임에 따라 적정한 자산배분을 위한 분주한 움직임 예상된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 총 1000억 달러(약 132조1000억 원)의 자금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의 높은 관심이 이어진다는 가정하에서는 낙관적으로 첫 6개월에 200억 달러(약 26조4000억 원) 유입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ETF 운용자산(AUM)의 1%는 약 1000억 달러, 금 ETF AUM의 총합은 약 900억 달러”라며 “세계 인구 80억 명의 0.1%인 800만 명이 1만 달러씩 비트코인 ETF를 매수한다면 800억 달러”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와 함께 비트코인 ETF 출시를 준비 중인 갤럭시 디지털은 미국의 비트코인 ETF 시장 규모가 출시 후 첫해 약 14조 달러(약 1경8403조 원), 이듬해에는 26조 달러(3경4117조 원), 3년째에는 39조 달러(5경1265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세계 금 시가총액(약 13조 달러)을 단번에 넘어서는 규모다.

비트코인 ETF는 초반 개인투자자로부터의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가상자산거래소 사용이 불편한 베이비부머 세대 그리고 미국 퇴직연금 401K로부터의 자금유입이 예상된다.

개인투자자들의 비트코인 관심은 이미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2일, 27~29일에 비트코인 채굴 기업 마라톤 디지털(Marathon Digital)은 테슬라나 애플보다 거래량이 많았다. 마라톤 디지털은 지난해 나스닥 종목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에서의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는 국가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2019년 말만 해도 국내 ETF 시장에서의 미국 주식 관련 ETF는 불과 20종목, 순자산 총액 5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미국 시장에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난해 11월 말 기준 미국 주식 투자 ETF는 총 94종목, 순자산 총액 5조3000억 원으로 30배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상장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SPDR S&P 500 ETF Trust(SPY) ETF는 한 종목이 전세계 ETF 시총의 4%를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11일 오전 6시께 성명을 내며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소식을 알렸다. (출처=SEC 홈페이지)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파격적

비트코인 현물 ETF의 등장은 증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TF 출시 초반에 강한 자금 유입이 발생할 경우 단기적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 발생 가능성이 있다.

한지영·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SEC의 11개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 주식과 코인 시장 간의 자금 흐름 변화 가능성 등으로 수급 변동성도 높아질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위험자산 선호심리도 강화될 수 있다.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에도 랠리가 지속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는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의미하는 반감기라는 특성이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상현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시작 당시로 복원된 상황에서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에도 추가 상승과 비트코인 ETF 시장 규모 확대가 현실화되면 이는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가 올해 강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기술혁신 사이클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책 당국이 비트코인을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하는 배경에는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화폐가 각종 기술혁신 사이클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혁신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비트코인 제도권 편입을 인정하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연초 주춤해진 기술주 랠리를 재차 자극할 수 있다. 특히 매그니피센트7(애플, 아마존닷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플랫폼, 테슬라, 엔비디아) 등 시장의 기술혁신 사이클에 관심을 한층 제고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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