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카드사, 은행으로 합병설 몸살…“현실상 어려워”

입력 2024-0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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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실적 악화에 '통합' 몸살
수수료 줄고 연체율 최고 수준
은행 규제 받으면 신사업 타격

카드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주계 카드사들이 합병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만큼 카드업계가 생존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힘든 여건이 됐다는 방증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한카드 등 지주계 카드사가 은행으로 흡수합병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흡수합병의 배경으로는 그룹 차원에서의 조달비용 절감과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가 거론됐다. 실제 2022년 신한자산운용과 신한대체투자운용을 흡수합병한 사례가 있다.

중소형 카드사인 우리·하나카드도 은행으로 흡수될 경우 인력풀을 공유하는 등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한 만큼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업계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해당업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신한금융지주는 관계자는 “신한카드와 신한은행의 합병 논의는 없었다”며 “카드 업황이 악화되면서 은행과 카드사의 합병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며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한 만큼 은행과의 합병설은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지주계 카드사가 다시 은행 품으로 돌아간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카드업계는 2003년 ‘카드대란’을 겪은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합병을 경험한 바 있다. 2003년 9월 KB국민카드가 16년 만에 KB국민은행으로 합병됐고, 이듬해 외환카드가 외환은행에, 우리카드가 우리은행에 흡수합병됐다.

기업계 카드사인 삼성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는 기업 자금으로 회생을 도모했고, LG카드는 2007년 신한카드와 통합했다.

최근 고금리로 조달비용이 증가하며 카드사의 연체율이 10년간 최고치를 찍는 등 업계 전반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카드수수료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도입 후 14년간 14차례 연속 인하되는 등 본업에서도 경쟁력을 잃고 있자 은행으로의 흡수합병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현재 카드사가 어렵다고 해도 카드대란 때와 상황이 다른 만큼 은행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분사된 회사가 은행 사업부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카드사 자체적으로 유연하게 진행했던 다양한 사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합병될 시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아닌 은행법으로 제한을 받게 돼 카드사가 추진하던 신사업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행으로의 흡수합병 시 카드사의 인력 감축도 불가피해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하나카드의 분사 전 은행 카드사업부 인력은 470여 명 수준에 불과했지만, 분사 이후 현재 750여 명 규모의 조직으로 늘어났다.

금융당국의 승인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은행업과 여선전문금융업을 따로 감독하는 체계가 자리를 갖춘 만큼 섣불리 승인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업황이 안 좋은 만큼 은행으로 흡수합병은 건전성이나 조달 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어 충분한 선택지는 될 수 있다”면서도 “승인 과정에서 여러 이슈들이 발생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신한, KB국민 등 업계 상위 카드사가 은행 사업부문으로 들어가게 되면 경쟁할 수 있는 동기부여 등 원동력이 오히려 떨어져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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