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절뚝이면 의심해야…수술 후에도 꾸준한 관리 필요
#수술을 받는 강아지는 다양한 질병으로 동물병원을 방문한다. 그중에서도 다리가 불편한 ‘벼리’는 병원에 올 때부터 신음과 함께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벼리는 ‘후지파행 및 십자인대단열’ 진단을 받았다. 윤용석 샤인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은 고통을 느끼는 벼리를 위해 빠르게 검사를 마치고 수술 일정을 잡았다.
강아지 하면 생각나는 것은 활동량이다. 기분에 따라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격한 움직임을 보인다. 과도한 흥분은 일상적인 환경에서 위험하지만 미끄러운 바닥이나 차도 옆, 공공장소 등에서는 더욱 위험하다. 무릎이나 고관절 손상, 또는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강아지의 십자인대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무릎의 앞쪽에 있다. 무릎의 정상적인 회전을 돕고 가동 범위 이상의 움직임을 제한해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십자인대단열은 강아지의 대퇴부를 지지하는 대퇴골과 종아리를 지지하는 정강이뼈(경골) 사이를 연결해주는 인대가 끊어지는 것을 말한다.
강아지의 십자인대단열(파열)은 사람보다 더 치명적이다. 사람은 직립보행으로 다리를 굽히기 전까지 십자인대가 이완돼 있지만 강아지는 사족보행 특성상 TPA(tibial plateau angle)가 경사를 이루고 있어 십자인대가 항상 긴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고 격한 움직임을 자주 할수록 퇴행성 증상이 누적돼 사람보다 십자인대가 끊어진 가능성이 크다.
슬개골 탈구가 있는 강아지는 정강뼈가 안쪽으로 휘어 있어 상대적으로 십자인대에 더 강한 부담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TPA가 높은 강아지가 흥분해 격하게 움직이거나 달리다 미끄러지는 경우, 또는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하면 무릎에 심한 체중 부하가 걸려 십자인대가 손상되곤 한다.
문제는 강아지는 자신의 통증을 숨길 수 있어 십자인대 손상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윤용석 샤인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은 “강아지 십자인대의 손상을 방치하면 관절염이 빠르게 찾아오며 반월판의 영구적인 손상을 유발해 수술 후에도 평생을 절뚝이며 불안정한 걸음걸이로 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아지의 십자인대가 손상됐을 때 알아볼 수 있는 증상은 다양하다. 일어서거나 앉을 때 통증이나 불편함을 표시한다. 걸어 다닐 때 절뚝이거나 불편한 다리를 들고 다니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증상을 보이면 보호자는 슬개골탈구를 의심하지만 십자인대가 끊어지면 슬개골이나 고관절에 이상이 생겼을 때보다 통증이 심해 강아지가 많이 아파한다면 십자인대단열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십자인대 손상은 무릎관절 검사 시 대부분 발견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촉진과 함께 X-ray로 정확한 상태와 알맞은 수술법을 판단한다. 십자인대 단열의 수술법은 외측 봉합, 경골 쐐기 절제술(CTWO), 경골 결절 전방 변위술(TTA), 경골 고평부 수평 골절술(TPLO) 등 다양하다. 술법은 강아지의 나이, 체중, 견종, 건강상태, 질병의 진행 정도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
과거에는 끊어진 십자인대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수술법인 외측 봉합 방법을 많이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경골 고평부 수평 골절술이라고 부르는 TPLO 수술을 가장 많이 선택한다.
TPLO 수술은 끊어진 전방십자인대를 복구하지 않고, 뼈를 잘라 회전시킨 후 플레이트와 스크류를 통해 고정해 생체역학적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방식이다. 경골의 고평부를 평평하게 해 경골이 앞으로 밀리는 것을 막아 통증이나 관절염, 보행불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다. 5Kg 미만의 소형견은 TPLO 수술이 불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의료장비의 발달로 2Kg여도 뼈의 크기가 작지 않다면 TPLO 수술이 가능하다.
TPLO 수술을 시행할 때는 강아지의 해부학적 구조, 체중, 무릎의 각도, 뼈의 크기와 모양 등을 측정하고 뼈를 원칙에 맞게 절골해 강아지에게 알맞은 구조물을 정확한 위치에 삽입하도록 수술계획을 세워야 한다.
윤 원장은 “TPLO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회복이다. 수술 후 통증이 사라지고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일상적인 보행이 가능하다”며 “십자인대단열 수술법 중 강아지의 정상보행과 가장 가깝게 걸을 수 있어 십자인대단열의 재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십자인대단열 수술 후에는 관리가 중요하다. 관절염이나 슬개골탈구, 고관절 질환 등 다양한 관절 질환이 함께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수술이 잘됐다면 쉽게 흥분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관절을 관리하고 1년에 한 번씩은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