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건설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사업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국내 원전 사업이 활성화되면 관련 분야 선두 업체 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2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주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 반도체관에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산업'이란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원전을 늘려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파운드리 하나에 1.3GW 원전 1기가 필요하다"며 "원전은 필수고 민생을 살찌우기 위해서라도 원전 산업은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첨단 산업단지로 공급하는 송전선로를 적기에 건설하겠다"며 "대규모 전력공급을 고려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조속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해 이창양 당시 산업부 장관 주제로 제29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다시 한번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까지의 전력공급 방안을 담은 것으로 제11차 계획 초안은 이르면 이달 중 발표될 전망이다.
실제로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발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건설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전 시장이 커지면 건설사에 돌아올 기회도 확대된다는 점에서 국가의 원전 건설 계획 발표에 큰 기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선두권 업체들은 물론이고 그 외의 업체들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전 프로젝트는 한 건설사가 단독으로 모든 것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만큼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해 여러 건설사가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활발한 사업이 어려웠는데 큰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원전 '톱3'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삼성물산은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이번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현대건설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신재생·원자력 특화 조직인 '뉴 에너지 사업부'를 만들었다. 기존 플랜트 사업부에서 관련 사업을 독립시켜 격상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1970년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새울 1·2호기, UAE 바라카 1~4호기 등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수주성과를 쌓았다. 지난해 말에는 신한울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따냈다. 이를 포함하면 현대건설은 국내외 한국형 대형원전 36기 중 24기의 시공주간사로 참여하게 된다.
대우건설도 플랜드사업본부 산하에 원자력사업단을 두고 적극적인 원전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우건설은 1991년 7월 국내 유일의 중수로형 원자력 발저소인 월성 3·4호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0여개의 원전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삼성물산은 상품별(대형원전, SMR 등), 기능별(사업개발, 영업, 수행 등)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대형원전, SMR 해외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현재 대형원전은 루마니아 삼중수소 제거설비 공사 착공을 준비 중이고 SMR과 관련해서는 루마니아 원자력공사 등과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신한울 3·4호기 공사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포스코이앤씨도 2022년 6월 원자력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전문조직인 원자력사업단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정부의 신규 원전 계획이 발표된다면 건설사들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형 상용 원전의 설계, 시공, 해체에 이르는 전 과정과 더불어 방사성폐기물 처리 시설, 연구용 원자로 등 원자력 관련 전 분야에 대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규 발주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구체적인 계획과 사업 내용 등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수주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