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규모가 지난해 대비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자기자본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롯데건설은 최근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에 이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높은 곳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17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자사가 신용등급을 평가 중인 건설사 중 관심도가 높은 5개사를 선정해 자기자본 대비 PF우발채무의 규모와 대응능력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선정 대상은 롯데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코오롱글로벌, HL디앤아이한라 등이다.
이중 자기자본 대비 PF우발채무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코오롱글로벌(2.6배)로 분석됐다. 이어서 롯데건설(2.0배),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0.7배), HL디앤아이한라(0.5배) 순이었다. 태영건설 사태 이후 건설업에 대한 PF 우려는 재무부담이 높거나, PF우발채무가 자기자본 대비 과다한 건설사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롯데건설은 코오롱글로벌 대비 자기자본 대비 PF우발채무 비율은 낮지만,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건설사로 지목됐다. 위험도가 높은 도급사업 관련 미착공과 저조한 분양률 사업장의 PF우발채무가 3조3000억 원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우발채무의 광역시 및 지방 지역 비중도 50%를 웃돌고 있다.
롯데건설은 오는 1분기에만 약 4조 원의 PF우발채무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이다. 나신평은 "특히 이 중 메리츠금융그룹 펀드의 차환 여부 및 만기 등 조건 등이 PF 우발채무 차환 위험 경감에 중요한 요소"라며 "올해도 정상적인 사업 진행에 따른 착공 및 본PF 전환 등을 통해 우발채무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롯데건설의 PF 유동화증권 직접 매입 규모는 2022년 말 기준 2조9000억 원에 달했으나 이후 메리츠금융그룹과의 1조5000억 원 유동화증권 매입 펀드 조성과 그룹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작년 말 624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나신평은 롯데그룹의 계열사 지원 가능성에 대해 "그룹 내 석유화학부문은 업황 부진으로 현금 부족 상황이 지속되지만 유통 등 그 외 부문은 코로나19 이후 차입금이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그룹 전체적으로는 양호한 재무안전성과 13조 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유동성 대응력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전체에서 롯데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산 기준 약 8%, 매출액 기준 약 10%로 집계됐다. 나신평은 "롯데그룹은 2022년 하반기 금융경색 상황에서 롯데건설에 유상증자, 자금대여 및 지급보증 등을 통해 대규모 현금유동성을 지원한 바 있다"며 "(롯데건설은) 당분간 그룹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롯데건설은 이달 초 시장의 우려가 확산하자 보도자료를 내고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미착공 PF 3조2000억 원 중 2조4000억 원은 이달 중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본 PF 전환 시점까지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할 예정이라며 PF 우발채무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GS건설에 대해서는 지난해 인천 검단 사고와 관련해 재무부담은 높아졌지만, 2조 원의 현금성자산 보유액과 최근 수년간의 우수한 영업실적 등을 감안할 때, PF 우발채무에의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미착공 및 분양미개시 사업장'의 우발채무가 400억 원으로 전체 현금성자산의 0.7배에 못 미치는 등 우발채무의 질적 부담은 낮은 수준이다.
나신평은 태영건설 사태 이후 건설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높아지는 점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시장의 합리적인 판단을 강조했다. 나신평은 "리스크 관리에 소홀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회사의 책임"이라며 다만 "다만 구체적인 사실보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기인하여 위기감이 확산된다면, 고비를 넘겨 정상화될 수 있는 회사까지도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