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주가가 60만 원대까지 떨어진 지금이 매수 적기라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직장인 김모 씨(28)는 지난해 7월 150만 원까지 올랐던 에코프로 주가가 최근 60만 원대까지 떨어지자 저가 매수를 노리고 있다. 김 씨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묻어둔 적금은 중도금을 내야 할 처지라 ‘빚투(빚내서 투자)’밖에는 대안이 없는 상태. 그는 “반도체 시장에 봄이 오고, 이차전지는 반드시 오른다는 주변 얘기를 한번 믿어볼까 한다”고 했다.
17일 코스피지수가 2435.90(-2.47%)까지 밀려났지만, ‘빚투 개미’(빚을 내 투자하는 개인)들은 주가가 하락한 틈을 타 폭풍매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기아 등 이른바 ‘전차군단’이 주타깃이다. 최근 이차전지, 로봇 관련주 등의 주가 하락에도 베팅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6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8조3814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수준을 회복했다. 연초(17조5370억 원)에 비해선 4.81%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기존 주식이나 현금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개미들은 ‘전차군단“(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기아)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1조7146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도 4320억 원가량 사들였다.
현대차와 기아도 각각 1802억 원, 1149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이 중 이차전지 종목도 쓸어 담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SDI(4901억 원), 포스코홀딩스(2116억 원), SK이노베이션(1712억 원), LG화학(2071억 원) LG에너지솔루션(966억 원), 포스코퓨처엠(739억 원) 등이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에코프로(661억 원), LS머트리얼즈(356억 원), 포스코엠텍(129억 원) 등 이차전지를 많이 샀다.
이차전지 이외 일부 테마주에도 빚투가 몰리고 있다. 로봇 대장주인 두산로보틱스를 2388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도 155억 원 치 샀다.
이차전지주의 빚투는 늘고 있지만,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이차전지 셀메이커 LG에너지솔루션의 ‘어닝 쇼크(실적 충격)’의 여진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40만 원선이 붕괴됐다. 연초 대비 8.77%가량 내렸다. 시가총액은 91조 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던 게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338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가 컨센서스를 42%가량 밑돈다.
포스코홀딩스 이날 41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고점이던 7월 25일(65만8000원)에 비해 36.32% 급락했다. 연초에 비해서도 16% 넘게 빠졌다. 에코프로와 LG화학 주가도 연초 대비 각각 8.04%, 18.14% 하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도 ‘빚투’가 늘어난 건 저점 매수를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빚투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시장을 이끌 호재보다 악재가 더 많아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기대 하에서 지난해 연말 도달했던 코스피 2650선은 올해 실적 상향 기대를 꽤 반영했다”며 “주가가 더 오르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 기대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섣부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또한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정책금리의 인하 없이도 금융환경이 완화되면, 실제 인하의 시급성과 필요성은 줄어든다”며 “연준이 긴축 강도를 조절하기에 앞서, 역설적으로 시장의 기대를 조정하기 위한 매파적 커뮤니케이션이 선행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