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용인 프로젝트 지원 비중 1→10%로 확대
R&D 투자 증가분 세액공제율 10%p 상향…기업 현금 부담 비율 대폭 인하
정부가 연구개발(R&D) 시장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100억 원 이상의 대형 과제 중심으로 산업 R&D 지원사업 체계를 개편한다. 또 산업 난제 해결을 위한 과제에 매년 신규 예산의 10% 이상을 투입해 고난도, 실패용인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비중을 현재 1%에서 5년 내 10%로 확대한다. 기업의 현금 부담도 대폭 줄이고, 연구를 주도할 기업·연구자 등 수요자 중심으로 R&D 프로세스를 개편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에서 안덕근 장관 주재로 'R&D 혁신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산업・에너지 R&D 투자전략 및 제도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안 장관은 "산업·에너지 R&D는 과거의 관행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파급력 있는 시장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투자전략과 사업구조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라며 "이번 혁신 방안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투자전략, 사업구조, 프로세스 측면에서 개선 방안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R&D '4대 혁신 방향'으로 △고위험 차세대 기술 지원 확대 △시장 성과 극대화 △수요자 중심 프로세스 △인재 양성을 제시했다.
먼저 정부는 시장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대형과제 중심 사업체계로 개편한다. 분절된 소규모 요소기술 과제들이 연구개발로 끝나는 것이 아닌 최종 대형 성과로 이어지도록, 미션이 명확한 대형・장기투자 체계로 재편하고 파급력 있는 성과 창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미션 중심으로 유사 목적의 사업들을 통합, 지난해 280개의 사업 수를 올해 230개로 집중한다. 특히 100억 원 이상 목표지향 대형 과제를 지난해 57개에서 올해 160개 대폭 늘린다.
투자의 적시성과 유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난해 58% 수준이던 프로그램형 사업의 비중은 올해 71.8%로 늘린다.
연구비 중 기업 현금부담비율을 대폭 낮춰 수행기업의 부담도 줄인다. 대기업의 경우 현금부담비율을 60%에서 15%까지 낮추고, 중견기업은 50%에서 13%, 중소기업은 20%에서 10%로 인하한다.
기술 보호를 위해 기업이 신청할 경우 사업별 심의위원회를 통해 과제 내용·성과·연구기관 등 정보를 비공개가 가능하도록 한다. 성실 집행 기업·연구기관은 자체 정산을 허용해 연구비 지출의 자율성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도전적 R&D에 지원을 집중한다. 실패가 용인되는 고난도 프로젝트 지원 비중은 지난해 1% 수준에 그쳤지만, 5년 내 10%로 확대한다.
특히 상용화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리고 실패 확률이 높지만 성공 때는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10대 게임체인저' 기술 개발을 위해 올해 1조 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한다.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 지원을 집중하는 '산업 대전환 초격차 프로젝트'도 올해부터 본격 가동돼 신규 산업 R&D 지원 예산의 70%가 투입된다. 정부 지원 1조3000억 원을 포함해 약 2조 원의 민관 투자가 이 분야에서 이뤄진다.
또 기업의 R&D 투자 촉진을 위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일반 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10%p 올려 대기업의 경우 25%에서 35%로, 중소기업은 50%에서 60%, 중견기업은 40%에서 50%로 상향한다.
'수요자 중심 프로세스'와 관련해서는 우수 기업과 연구자가 연구를 주도하고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개편한다.
정부가 지원 기술 연구 방향을 세세히 제시하는 대신 원칙적으로 대상 품목을 지정하면 수행기업과 연구자가 과제기획을 주도한다.
산업부는 또 혁신 역량이 뛰어난 기업과 연구기관에는 R&D 사업 운영 전권을 주는 과제를 10개 이상 시범 도입해 운영한다.
'인재 양성'의 경우 첨단산업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현재 반도체 분야 3곳인 첨단산업 특성화 대학원을 올해까지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바이오에 걸쳐 총 11곳으로 늘리는 등 고급 인재 육성 기반을 강화한다.
안 장관은 "산업·에너지 R&D를 고위험 차세대 기술개발에 집중하여 민간의 도전적 투자를 견인하는 한편, 기업·연구자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존중하는 수요자 중심의 R&D 시스템으로 전면 전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