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가 전체 임원의 절반 이상을 70년대생으로 채우면서 ‘세대교체’ 인사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젊은 임원들을 대거 선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증권운용업계의 행보에 발맞추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전날 임원 인사를 통해 이환태 자산운용2부장을 신규 산업시장본부장으로 선임했다. 기존 나석진 산업시장본부장(66년생)의 자리를 6년이나 어린 72년생 부장이 채우게 된 것이다.
이 본부장 외에 천성대 증권·선물본부장(72년생)과 김진억 대외정책본부장(71년생) 모두 70년대생이다. 이로써 70년대생이 금융투자협회 전체 내부선임 임원 4명의 절반을 처음으로 넘어서게 됐다.
올해로 임기 4년째를 맞는 이창화 자산부동산본부장 역시 69년생으로 70년대생에 더 가깝다. 통상 신임 회장이 취임할 때 외부에서 함께 영입되는 경영기획본부장과 금융감독원 출신이 내려오는 자율규제본부장 자리를 제외하면 자산부동산본부장 단 한자리를 제외하고 모두 70년생이 메우고 있다.
세대교체는 서유석 회장의 취임 첫 해 인사부터 물갈이 조짐을 보여왔다. 당시 71년생인 김진억 대외정책본부장과 천성대 증권선물본부장이 대거 임원직에 오른 것이다. 서 회장과 미래에셋증권시절부터 함께 해온 미래에셋증권 PB센터장 출신 이상호 상무 홀로 67년생이다.
협회 내부적으로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 한 관계자는 "임원진들의 절반 이상이 70년대생으로 채워지면서 아직 승진이 안 된 60년대 후반생인 내부 직원들은 당황하고 있다"며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직원들 사이에서 압박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내부 급(級) 승진 인사도 줄어들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통상 금융투자협회 급(級) 승진 인사는 상반기 서너 명 소폭 수준으로 그치는 데 반해, 연말 인사에서 약 2배 규모인 5명 안팎이 정해진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승진 인사에서는 이례적으로 인사자가 3명으로 줄어들면서 향후 승진 인력 역시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연말 급 승진 인사 규모가 5명 미만인 것은 협회 역사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서 직급 연차와 무관하게 성과에 중점을 두는 파격적인 인사 문화가 반영된 것"이라며 "다만 협회는 3년마다 업계 외부 임원이 오고, 자율규제본부장도 금융감독원에서 오는 자리라서 내부 출신 임원 자리가 많지 않다. 증권운용 업계 대표라는 특성상 한국거래소나 증권금융처럼 일반 사기업에 가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자산운용2부장을 이번 산업시장본부장 인사로 단행한 것은 자산운용 쪽을 확대하려는 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그간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금융투자협회장에 오른다는 공식을 깨고 나온 첫 자산운용사 대표 출신 협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