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가 부진한 주가 흐름을 기록 중인 테슬라를 쓸어담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에만 14% 넘게 하락했지만, 매수세는 점점 거세지는 셈이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올해 들어 테슬라를 총 1억169만 달러(약 1360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1억4952만 달러)에 이어 서학개미 순매수세 2위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서학개미들은 테슬라의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커버트콜 방식의 고배당 상품 ‘테슬라 커버트콜 ETF’(TSLY)와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을 1.5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배 ETF’(TSLL),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티렉스 2X 롱 테슬라 데일리 타겟 ETF’(TSLT)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이들 종목은 각각 서학개미 순매수세 4·5·6위에 올랐다.
테슬라의 주가가 부진한 점이 오히려 서학개미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4% 넘게 하락한 테슬라는 현재 200달러 선을 겨우 지키는 상황이다. 한때 ‘천슬라’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점을 고려하면 서학개미는 현재를 테슬라 저점매수 기회로 보고 매수에 나선 셈이다.
서학개미 뿐 아니라 미국 큰손도 테슬라 저가매수에 한창이다.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그 예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테슬라 주식을 11~12일에 약 5000만 달러가량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월가에서는 테슬라의 주가 향방에 대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일명 ‘머스크 리스크’ 때문이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구 트위터)에 테슬라 의결권 25% 확보를 요구하는 글을 게시했다. 이에 JP모건은 17일(현지시각) 일론 머스크의 발언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며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135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현 주가보다 36.38% 낮은 수준이다.
연이은 가격 인하 소식도 악재다. 테슬라는 최근 중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전기차 가격을 인하했다. 독일에서 모델Y 롱레인지와 모델Y 퍼포먼스의 가격을 각각 9%, 8.1% 인하했다. 프랑스에서는 모델Y의 경우 최대 6.7%,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에서는 각각 최대 7.7%, 7.1% 내렸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테슬라 주가 향방에 대한 의견은 보수적인 편이다. 서영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관점에서 금리가 하락하면 차량 구매 수요 반등 기대감에 주가가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중기 관점에서는 경기 둔화와 소비 여력 감소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