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의존도 낮추고 자체 수요 충족 목적
수백억 달러 조달 가능성, 삼성전자도 파트너사 후보 거론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올트먼 CEO가 셰이크 타눈 빈 자예드 아랍에미리트(UAE)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한 UAE 투자자들과 벤처 자금 조달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빈 자예드 보좌관은 UAE 내 가장 강력한 실권자 중 하나로, 8000억 달러(약 1070조 원) 규모의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국부펀드 ADQ, AI 기업 G42 등을 이끄는 인물이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는 형제 관계다. G42는 중국과의 밀착 관계를 이유로 이달 미 의회로부터 제재 필요성이 거론된 기업이지만, 이와 별개로 지난해부터 오픈AI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트먼 CEO의 행보는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점유율이 80% 이상인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증가하는 반도체 수요를 채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수의 대기업에 의해 형성된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AI 패권 경쟁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 챗GPT로 기술업계를 뒤흔든 오픈AI가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기 위해서는 자체 AI 반도체 회사가 절실한 상황이다. 올트먼 CEO는 이미 과거 “오픈AI의 요구사항에 맞는 칩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러 차례 말해 왔다.
게다가 올해 ‘GPT-4’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AI 모델을 출시할 예정인 오픈AI로서는 자칫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다.
올트먼 CEO가 새 회사 설립에 얼마를 조달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잠재적 경쟁사인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1조5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수백억 달러의 비용을 책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G42와 협상에서 80억~100억 달러가 논의됐다고 FT는 전했다.
올트먼 CEO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와도 반도체 제조를 위한 파트너십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가 TSMC와 손잡으면 삼성전자의 시장 경쟁력 강화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관련 소식을 최초로 보도한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 역시 인텔과 더불어 오픈AI의 파트너사가 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론했다. 그밖에 블룸버그는 오픈AI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도 올트먼이 주도할 새 AI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로 꼽았다.
올트먼의 AI 칩 생산 벤처 계획은 기술업계 역학 구도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 생성형 AI에 좀 더 특화된 고성능 반도체로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를 흔들 수 있다. 또 삼성과 TSMC 등 파운드리 업계도 새 기회를 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