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는 신중히...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
정부가 22일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를 바라본 전문가들은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단통법을 개선하든 폐지를 하든 현재 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공감하지만, 폐지 이후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어 정부의 면밀한 시장 상황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단통법 도입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그사이 통신 3사 (보조금) 경쟁은 없어졌고, 경쟁할 수 있는 요소는 요금과 품질인데, 사실상 이에 대한 통신사 간 차이도 거의 없다”면서 “원칙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정부가 마케팅 수단에 대해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는 점에서 (단통법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통법 도입 이후 소비자로서는 혜택은 비슷하게 받게 됐지만, 통신사들이 소위 말하는 가격경쟁이나 품질경쟁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면서 “단통법은 효과를 검토해서 개선하든 폐지를 하든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이 과열돼 자칫 통신사들의 인프라 투자는 물론 선택약정제도와 관련한 혼선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각 사는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는 대신, 인프라에 투자하고 품질 경쟁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면서 “단통법 폐지된다면 단통법을 근거로 한 선택약정제도 영향을 받을 수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선택약정할인이란 단통법 시행령에 따라 공시지원금 혜택을 받지 않는 가입자에게 12개월이나 24개월 동안 매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선택약정 할인제는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서 소비자 혜택이 유지되도록 할 예정”이라면서 “세부적 내용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통사들의 5G와 6G 투자가 이어져야 하는데, 단통법 폐지 이후 보조금 경쟁으로 인한 마케팅 비용 급증이 촉발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또한 고령자가 20~30대층보다 많아지는 상황에서 고령자들이 자급제 단말을 쓰기도 어렵고, 단말기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데, 이런 분들이 겪을 차별 문제들도 생각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도 “단통법이 폐지되면 보조금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되는데, 세밀하게 시장 상황 모니터링하고 잘 또 감시하지 않으면 단통법 도입 전의 문제가 되살아날수도 있다”면서 “그럼 앞으로 통신 단말기 시장 경쟁 감시를 누가 할 거냐가 화두가 될 것이며, 그 역할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잘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통법 폐지가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일환으로 육성 의지를 밝혀왔던 알뜰폰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단통법이 폐지돼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과열된다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 사업자들은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하다”면서 “가뜩이나 최근 이통사의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통사 3사들이) 보조금을 앞세워 단말기 가격까지 더 내린다면 알뜰폰 경쟁력은 더욱 약화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