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위원회, 지배구조 개선 등 과제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정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연임여부에 대해 "회사가 가장 건전하게 운영되는 방법은 이사회 독립성 보장이다.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사 결정에 누가 될 것"이라며 "이사회는 가장 객관적인 입장에서 2기에 대해 평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장과 위원은 임기가 2년이며 연임할 수 있다. 삼성 준법위 7곳 관계사(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는 이달 26일부터 31일까지 순차적으로 임시 이사회를 진행해 3기 위원장 인선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 준법위와 관계사 이사회는 협약 관계다. 관계사 이사회 등에서 후보를 추천하고, 찬반 투표를 거쳐 결정하는 구조다.
삼성 준법위는 2020년 국정농단 재판부가 이재용 회장에게 기업 내부에 준법 감시제도 마련을 권유한 이후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관계사가 '삼성 준감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출범한 독립 기구다.
1기 위원회는 출범 후 2년의 활동 기간 동안 이 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통한 무노조 경영폐기, 4세 경영 승계 포기, 시민사회와 소통 확대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찬희 위원장은 2기 위원회의 가장 큰 성과로 '삼성의 준법 경영' 정착을 꼽았다. 이 위원장은 "1기가 긴급한 큰 수술을 했다고 하면, 2기는 그 체력을 회복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시간이었다"며 "삼성 전체의 준법 경영 문화가 정착하고, 스스로 준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시킬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기가 1기에서 이뤄놓은 성과를 바탕으로 유지되고, 준법 경영 문화를 체질화했다면, 3기는 좀 더 발전적인 진전이 있으면 좋겠다"며 "준법위라는 아주 시범적인 제도가 정착되고 진행돼 나가는 데는, 준법위 위원뿐만 아니라 삼성의 모든 구성원과 외부 관심이 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이 연임한다해도 위원회 구성원은 변동이 예상된다. 1기를 마치고 2기로 넘어올 당시 기존 위원 중 약 절반이 연임했다. 위원회 간의 연속성 등을 고려해 완전히 새롭게 꾸리기보다는 기존 인원을 포함시켰다.
이번에도 절반 가량은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1기 위원회는 초반 법조인과 시민사회 위주로 구성됐다. 2기는 법조인과 학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여성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등 다양성 유지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새롭게 출범할 3기 위원회 앞에는 지배 구조 개선 등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찬희 위원장은 "2년 동안 만족스럽게 한다는 것은 욕심이다"며 "컨트롤타워나 지배구조 개선도 계속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5일로 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1심 선고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재용 회장의 최종 선고 결과에 따라) 기본적인 업무 수행에는 영향이 없겠으나, 준감위가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둘지에 대해서 고민과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말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