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퇴임을 앞둔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그동안 사업 예산과 관련해 욕을 많이 먹었다"라며 "영화 진흥을 책임지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당연히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컴포트 1관)에서 열린 '2024년도 영화진흥위원회 사업설명회'에서 박 위원장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영화인과 영진위 구성원들이 합심해야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영진위 예산은 총 734억 원(영화발전기금 464억 원, 일반회계 270억 원)이다. 체육진흥기금 300억 원, 복권기금 54억 원 등의 예산을 처음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지난해 예산(850억 원)보다 줄었다. 특히 올해 지역영화문화활성화 지원 예산(12억 원) 폐지되고, 국내 및 국제영화제 지원 예산(25억 원, 52% 삭감)이 줄어들면서 안정적 재원 확보까지는 갈 길이 여전히 멀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한국영화 진흥을 위해서는 예산 확충이 필수다. 쉽지 않지만 영진위는 올해에도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것"이라며 "아울러 급변한 영화 생태계와 예산 상황을 반영해 지원사업 체계도 효과적으로 혁신하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영진위는 정부의 영화제 지원 예산 삭감 움직임으로 인해 영화계 안팎으로 큰 질타를 받았다. 특히 정부 지원을 받는 영화제가 1/4 규모로 축소할 위기에 처하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초부터 세수 감소에 따른 정부의 예산 기조가 긴축재정으로 바뀌면서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지원사업 전반에 걸쳐 재구조화가 진행됐고, 거기에 더해 영화 생태계 급변ㆍ영화발전기금 고갈로 영진위 발언권이 매우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기준 영화발전기금 잔여액은 40억 원이다. 영화 '서울의 봄' 흥행 덕분에 완전 고갈은 면할 수 있었다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왜 제대로 예산 방어를 하지 못했느냐부터 무능한 놈이 자리만 지킨다 등 셀 수 없이 많은 욕을 먹었다"라며 "억울한 면이 없지 않지만 영화 진흥을 책임지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당연히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 위원장은 "오늘 사업설명회를 위해서 직원들이 애를 썼는데 영화인 여러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면도 있을 것"이라며 "모자란 점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