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와 산모들이 겪는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일까? 분만 담당 의사로 일하다 직접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저자는 이들의 힘든 점을 총 네 가지로 꼽는다. △낯설고 감당하기 힘든 몸과 마음의 변화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예측하기 힘든 임신ㆍ출산 과정 △기본적 검진에도 거부감이 드는 산부인과 병원의 특성 △'모성신화'가 주는 굴레와 부담 등이 그것이다.
특히 저자는 모성신화에 대해 "인류 재생산 연대기라는 장편 영화는 엄마의 원맨쇼가 아니다"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양육의 부담이 전적으로 엄마에게 전가되고, 아이가 잘못되었을 때 그 책임을 엄마에게 묻는 사회적 풍토를 비판한다. 그러면서 출산은 엄마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사회의 수많은 조력자가 함께해야 하는 일임을 설파한다.
환자만큼 의사도 두렵다. 자신의 의료 행위에 따라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지만, 큰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원병'이라는 단어는 이 같은 의사들의 두려움을 응축하는 말이다. '의원병'은 의사의 과잉 치료나 의료 사고 등으로 생기는 질병과 장애를 일컫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진단에 있어 '방어적 자세'를 취하고 이는 오진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삼성서울병원에서 25년간 의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여러 관점에서 조망한다. 결국 그가 강조하는 개념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병원', 즉 휴머니즘 의료다. 휴머니즘 의료의 첫걸음은 '설명'이다. 비록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어도 환자의 증상이 어떻게 유발되고 진행되는지 당사자와 가족에게 소상히 말해야 한다. 저자는 "기껏해야 5분이 허용되는 우리나라 진료 현실에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휴머니즘 의료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배우 윤여정은 한동안 일이 끊겼을 때, "일을 주는 사람이 너무 고마웠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최고의 연기는 돈이 부족할 때 나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생계는 그만큼 절실하고 숭고한 일이다. 이혼 후 자식들을 건사하기 위해 어떤 역할도 마다치 않고 연기에 매진했던 그는 결국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품에 안았다.
생계를 위해 했던 일이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 책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비슷한 울림을 선사한다. 책에는 서울에서 자기만의 브랜드를 창출한 12명의 워커홀릭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들은 일과 사람, 돈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