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교육열 역시 서울·수도권 못지않게 뜨겁다. 방학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오피스텔을 잡고 학원을 보내 '서울 유학'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학군과 학원가가 결합된 '대(大)학군지'를 형성해 남달리 교육열이 뜨거운 곳으로 손꼽히는 곳들이 있는데, 이들 지역 대장 단지와 신축아파트는 고분양가에도 흥행하며 '학군지 불패' 공식을 입증하고 있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방 지역에서 명문 학군과 학원가와 인접한 단지들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대전에서는 '대전의 강남'으로 불리는 서구 둔산동이 대표적 학군지로 꼽힌다. 둔산지구는 1990년대 조성된 택지지구로, 공공기관과 병원, 법원, 경찰청, 학교 등 생활 인프라를 두루 갖췄다. 대전역 1호선 시청역과 인접하고, 명문 학군인 한밭초, 문정중, 충남고가 가까이 있다.
이 지역에는 3.3㎡당 3500만 원 이상인 대장주 아파트 '크·목·한(크로바·목련·한마루)'이 들어서 있다. 메인 학원가는 크로바 아파트 맞은편의 대도로변 일대로, 160여 개의 학원이 몰려있다. 둔산동은 대전 지역에서 학원이 가장 많고, 시간당 평균 학원비도 높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크로바' 전용 114㎡는 지난 해 12월 14억3000만 원에 팔렸다. 한밭초와 가까운 인접 단지인 '가람' 전용 137㎡가 같은달 8억6800만 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독보적 대장 단지임을 체감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청약성적으로 연결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5대 광역시에서 청약 접수를 받은 단지 중 1순위 평균 경쟁률이 가장 높은 단지는 대전 서구 탄방동 일원에 공급된 ‘둔산 자이 아이파크’로 나타났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은 68.67대 1로, 지방 지역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이 단지는 지난해 8월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 최고가 기준 6억8900만 원으로 일대 시세보다 높아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대전 지역 명문 학원가와 가까운 핵심 입지에 공급된 점이 확실한 메리트로 작용하면서 이를 상쇄하고 흥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분양권에는 웃돈도 붙었다. 단지의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 해 말 8억2733만 원에 팔리며 1억3800만 원 가량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크·목·한 등 둔산동 아파트들은 학원가와 인접한 프리미엄이 있다. 둔산 자이 아이파크 역시 학군지를 이용 가능한 위치에 들어선 신축이란 점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이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러한 학군지 주변의 강세는 대동소이하게 감지된다. '제2의 수도'로 불리는 부산은 풍부한 교육 수요를 바탕으로 학군지가 넓게 퍼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부산 지역 유치원과 초중고, 외국인학교 학생 수는 33만4205명으로, 5대 광역시 중 가장 많다.
대표적인 학군지로는 동래구 사직동과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역 일대, 수영구 남천동 등이 꼽힌다. 호갱노노 통계를 보면 이들 지역마다 많게는 60개 이상의 학원들이 밀집해있다. 해운대중·고, 센텀중, 해강중, 용인고 등 학군도 탄탄하다.
학원가와 인접한 사직동 대장 단지인 '사직 롯데캐슬 더클래식' 전용 84㎡는 지난달 9억3000만~9억5000만 원에 손바뀜됐다. 역시 학원가와 여명중을 품은 '쌍용 더플래티넘 사직 아시아드' 동일 평형은 지난해 말 9억 원에 거래가 체결됐다. 두 단지 모두 일대 신축 시세 보다 1억 원 이상 높은 몸값을 형성하고 있다.
청약 성적도 우수하다. 지난해 남구 일원에 분양된 ‘더 비치 푸르지오 써밋’은 최고 88.9대 1, 평균 22.2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평형에서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또 해운대구 우동에 공급된 '대연 디아이엘' 1순위 청약 1206가구 모집에 총 1만8837명이 몰려 평균 15.6대 1의 경쟁률로 순위 내 마감했다. 두 단지 모두 고분양가란 지적에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구의 '교육 1번지'는 수성구다. 이 지역은 고소득자가 밀집한 전통적인 부촌으로 높은 교육열을 자랑한다. 특히 '범4만3'(범어4동·만촌3동)으로 불리는 수성구청역 일대를 중심으로 경신고, 정화여고 등 학교와 대규모 학원가가 자리잡고 있다.
대장 단지는 학원가를 도보권에 둔 '힐스테이트 범어'다. 이 단지 전용 84㎡ 지난해 12월 14억9000만 원에 매매됐다. 인접한 신축 단지보다 최고 3억 원가량 높은 가격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구는 학군지 쏠림 현상이 다른 지방 지역보다 높다. 수성구 학원가에서는 대치동에서 새벽부터 현장 강의를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에선 남구 봉선동이 독보적이다. 쌍용사거리 일대를 메인으로 조봉초, 문성중·고, 봉선중 등이 위치해 있으며 학원가를 둘러싼 아파트들이 높은 시세를 구축한 상태다. 특히 학원가와 가까운 '포스코 더샵'과 '쌍용스윗닷홈', '제일 풍경채', '한국아델리움 1단지' 등이 강세다.
전문가들은 학군지와 일대 학원가를 누릴 수 있는 단지들이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군은 대표적인 후행지표로, 대단위 주거지가 형성되고, 인프라와 양질의 일자리가 받쳐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이다. 소위 '명문' 초중고가 있는 곳엔 성적을 견인할 대규모 학원가가 들어서고, 접근성이 뛰어난 주변 단지 가격에 자연스럽게 프리미엄이 붙는 식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학교와 학원가를 품은 학군지는 단기간 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대체가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또 이들 지역은 혐오시설이 없고 양질의 일자리가 풍부해 지속적으로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고려할 때 명문 학교, 학원가 인접 단지에 프리미엄이 붙는 흐름은 향후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