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현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짚어 봤습니다.
Q. 몇 달 전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개업했습니다. 자칫하면 절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업장이라는 걸 알았기에 사각지대 없는 회전형 CCTV를 여러 대 설치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 초등학생 두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와 아이스크림 봉지에 쓸어담아 나가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이미 한 차례 도둑질을 해 눈에 익은 아이들이었어요. 괘씸한 나머지 이 아이들의 얼굴 옆모습과 차림새가 고스란히 노출된 CCTV 장면을 종이로 인쇄해 점포 전면창에 붙였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 경각심을 갖게하고 싶었어요. 이게 법적 문제가 될까요?
A. CCTV에 찍힌 얼굴은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영상 정보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이는 '개인정보'에 해당합니다. 또 같은 법에서는 CCTV와 같은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사람에게 이 같은 개인정보가 분실ㆍ도난ㆍ유출ㆍ위조ㆍ변조ㆍ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여러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자는 CCTV를 통해 저장된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로부터 동의받지 않았을 경우 수집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도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CCTV에 찍힌 초등학생들이 정보 주체가 되겠죠. 정보 주체나 제3자의 급박한 생명ㆍ신체ㆍ재산상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때에만 예외가 인정됩니다.
때문에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자인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이 절도를 한 초등학생들이 찍힌 CCTV 장면을 인쇄해 점포 전면 창에 붙이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정보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한 것이 됩니다. 아이스크림을 절도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정보 주체나 제3자의 급박한 생명ㆍ신체ㆍ재산상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위 사례의 경우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의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벌칙)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Q. 이후 경찰 수사를 의뢰했고, 두 아이의 거주지와 부모 연락처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부모들은 연락이 잘 되지 않을 뿐더러, 아이스크림값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는 저에게 도리어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더군요. '무인점포를 열 때는 그 정도 손실은 감안한 것 아니냐', '아이들을 신고해서 동네 장사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면서요. 아이스크림값이 1만 원을 조금 넘기는 소액인 데다가, 절도를 저지른 아이들이 촉법소년이라는 점 때문에 사안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일방적으로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입장에서 억울함과 분노가 가라앉질 않습니다. 부모에게라도 책임을 물을 방법이 있나요?
A. 촉법소년(10세 이상에서 14세 미만)은 형사 미성년자로서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법상 보호처분만을 받습니다. 다만, 민법 제755조(감독자의 책임)은 촉법소년과 같이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례에서 초등학생들이 아이스크림을 훔친 것은 형법상 절도죄에 해당하나, 이들은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형사 처벌을 받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부모들에게 초등학생들의 불법행위를 근거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신고를 받은 경찰이 상황 파악차 점포를 몇 차례 방문하자, 건물주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들이 하교할 오후부터 저녁 시간대만이라도 점포를 관리하는 사람이 머물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더군요. 상가에 경찰이 들락거리고 부모와 분쟁이 생기기 시작하니 건물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신경이 쓰인다면서요.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고 당장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답하자,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라면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일반관리비나 경비비를 올려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정말 관리비 인상이 가능한 건가요? 제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A.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상가건물의 차임(임대료)이나 보증금을 1년에 5%를 초과해 올리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반관리비나 경비비와 같은 관리비는 차임 또는 보증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로 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악용해 관리비를 과도하게 인상하려는 임대인도 존재합니다.
임대인이 무리한 관리비 인상을 요구해 임차인이 이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은 차임을 연체한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상가에 경찰이 몇 차례 방문하거나 초등학생 부모와 분쟁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정도의 이유로 관리비를 인상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상가 임대차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혹여라도 이런 분쟁이 소송까지 가게 된다면, 위 사례와 같은 사정이 임대인으로서 관리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타당할 만한 사유인지에 대해서 면밀히 다투게 될 것입니다. 그 여부에 따라 소송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소재현 변호사
제5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근무하다가 2022년부터는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공정거래팀)로 활동 중이다. 주로 공정거래‧금융자문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전면개정된 공정거래법 조문별 판례와 내용’(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