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닻 올린 한국거래소 정은보號, 첫 목적지는 “기업 밸류업 지원”

입력 2024-02-15 13:27수정 2024-02-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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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부산 본사서 제8대 정은보 이사장 취임식 진행
“기업 밸류업 지원 전담조직 신설…거래소, 중심 잡고 뚝심있게 추진”
3대 방향 제시…기업성장 지원ㆍ투자자 자산형성 기회 제공ㆍ거래소 성장 기반 확보

▲한국거래소는 15일 부산 본사(BIFC)에서 제8대 정은보 이사장의 취임식을 진행했다. 정 인사장이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기업은 효율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공정한 수익 기회를 얻으며, 경제의 새로운 성장을 견인하는 자본시장을 구현하겠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은 15일 오전 부산 남구 문현동 본사(BIFC)에서 취임식을 갖고 “상장기업 스스로 노력 없이는 우리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 해소는 불가능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이달 가동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간 가교 구실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준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방안은 이달 중 확정된다. 상장사들이 한국거래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가치 개선 계획에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를 포함시킬 것을 권고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주도의 증시 부양 정책에 힘입어 주식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조치다.

정 이사장은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의 가치 제고 및 효율적 자금조달이 가능케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정부와 함께 마련중인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밝히면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성공을 위해서는 거래소가 중심을 잡고 뚝심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장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과 투자자와의 활발한 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면밀하게 마련해 제공하겠다”며 “전담조직을 상설화하고 상장기업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기업의 밸류업 노력이 단기적인 호응에서 끝나지 않고 중장기적인 기업문화로 뿌리내리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민들이 주식시장에서 새로운 자산을 형성하고, 부를 늘릴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그는 “기업공개(IPO) 단계부터 신뢰 제고가 가능하도록 상장심사 전문성 및 역량 강화, IPO 기업에 대한 충분한 정보제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생각과도 맞닿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KBS 특별대담에서 “국민들이 주식시장을 통해 자산 형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국민의 자산 형성을 위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업이 발전할 때 그 기업에 투자한 근로자들이 자산 형성을 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계급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여나가기 위해 조세제도에 의한 규제적 측면을 제거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별 정체성을 확립해 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신종증권시장, 기업성장집합기구(BDC) 등 효율적 자금 중개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도 도입해 글로벌 경쟁력 기반도 확충하겠다고 역설했다.

불공정거래 예방·감시도 핵심과제다. 지난해 국내 증시는 SG증권발 주가폭락, 영풍제지 사태 등 각종 불공정거래에 몸살을 앓았다.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 급선무다. 정 이사장은 “공매도 제도와 관련해서는 공매도 전산화 지원, 불법 공매도 감시 강화 등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며, 지능화된 신종 불공정거래 등장에 대응해 시장감시 조직 및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등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새로운 부가 가치 창출을 통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데이터·인덱스 분야의 사업조직 개편 등을 통해 현행 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전통적 상품 외에도 상장지수상품(ETP) 신상품·채권·외환·상품(FICC) 파생상품 개발 확대, 탄소배출권 시장 육성 등을 통한 R&D 역량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이시장은 논어 학이편에 등장하는 ‘학즉불고’(學則不固, 학문을 하지 않으면 고루하다)를 인용하며, 임직원들에게 유연한 사고와 포용적 접근으로 거래소의 시대적 소임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바르게 배우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좁은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금융투자 업계와의 소통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계기가 되고, 투자자와의 소통은 우리 증시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조직 내부적으로는 수평적 조직문화 확대 및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현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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