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쇄신보다 안정 '방점'
실적 개선 과제…K푸드 확장도 '시동'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가 4년 만에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CJ제일제당의 사령탑으로 복귀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해를 넘긴 장고 끝에 내놓은 인사다. CJ제일제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강 대표가 수익성 회복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CJ제일제당·CJ대한통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임원 총 19명을 승진시켰다. 통상 매년 11~12월 진행됐던 CJ그룹의 임원 인사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해를 넘겼다. 그만큼 이 회장이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중장기 전략의 새 판을 짜고 적임자를 찾는데 장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선택은 '쇄신' 대신 '안정'이었다. 우선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 수장 자리에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를 불러들였다. 1961년생인 강 대표는 1988년 그룹 공채로 입사한 'CJ맨'이다. CJ그룹 인사팀장,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등을 거쳤다. 2021년 CJ대한통운 대표를 역임하기 전까지는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냈다. 강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CJ그룹에서 공채 출신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강 대표가 최초다.
이 회장은 강 대표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에 오른 강 대표는 1년 만에 영업이익을 3배 증가시켰고 140억 원에 달했던 순손실을 흑자로 돌려놨다. 강 대표가 2020년 말부 이끌어온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 11조8000억 원, 영업이익 4800억 원이라는 최대 실적을 냈다.
4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강 대표는 CJ제일제당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17조8904억 원, 8195억 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4.7%, 35.4%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식품 사업이 성장을 이어갔지만, 바이오·사료·축산사업의 부진이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탓이다.
강 대표는 취임 이후 그간 그룹 전반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K푸드 확산에도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 대표는 2018년 식품사업부문 대표로 CJ제일제당에 복귀한 후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K푸드의 글로벌 확산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CJ제일제당의 미국 식품사업 중추인 냉동식품기업 슈완스 인수에 직접 관여한 인물이다.
강 대표의 후임 바통은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승진해 이어받는다.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와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김찬호 CJ푸드빌 대표는, 구창근 CJ ENM 대표, 허민회 CJ CGV 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한편 CJ그룹은 이번 임원인사에서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신임 경영리더에 19명이 이름을 새로 올렸다. 2020년 이후 최소폭이다. 올 1월 이재현 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성과를 격려한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영에서 각각 6명, 4명이 나왔다. 반면 실적이 부진했던 CJ제일제당에서는 임원 승진자가 3명에 그쳤다.
CJ는 이번 인사에서도 ‘하고잡이’ 젊은 인재들을 리더로 과감하게 발탁했다. 1980년대생 6명, 1990년생 1명을 포함해, 나이나 연차에 관계없이 성과만 있다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는 CJ그룹의 철학을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