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배출가스 기준 점진적 상향
그 이후로 속도 높일 계획
바이든 지지 미루던 UAW도 정책 선회에 지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동차 노조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애초 강도 높은 전기자동차 전환 계획을 마련했지만, 노조가 불만을 품자 전환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소식통을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4월 환경보호청(EPA)은 배기가스 배출과 관련해 역대 가장 엄격한 기준을 걸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휘발유차에서 전기차로의 빠른 전환을 자동차 업계에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업계는 2027년부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여 2032년 전기차의 신차 비중을 67%까지 올려야 한다.
그러나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2032년 신차 비중 목표는 유지하되, 배출 감소 속도는 줄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30년까지는 점진적인 속도의 감축을 허용해 업계에 시간적 여유를 주고, 그 이후부터 2032년까지 배기가스의 가파른 감축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확정된 계획은 올봄 발표될 예정이다.
그간 전기차 전환을 강조하던 바이든 대통령이 이 같은 변화를 꾀한 데는 대선이라는 변수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줄곧 자신을 ‘친노조’ 대통령이라 칭하면서 노조와의 거리를 좁히려 애썼다. 지난해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노조가 파업했을 때 그는 직접 파업 현장을 찾아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올해 들어서는 자동차 노조의 주요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경제적 성과를 담은 ‘바이드노믹스’를 홍보하는데도 열을 올렸다.
일련의 노력에도 자동차 업계에서는 행정부의 전기차 전환 계획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왔다.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게 지적 사항이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120만 대의 전기차가 팔렸지만, 행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선 남은 8년간 판매량을 기존의 약 10배로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전기차 시장이 성장 둔화라는 장애물에 부딪힌 상황에서 업계는 사실상 불가능한 계획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조 파업의 원인이었던 임금 인상 역시 결국은 전기차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놓고 벌어진 기업과 노조 간 갈등이 근본적인 배경이 됐기에, 바이든 대통령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파업 당시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회장은 “노조는 전기차 전환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에 대한 지지를 보류하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랬던 UAW는 지난달 돌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EPA가 백악관에 수정된 전기차 전환 계획안을 보고한 이후 결정된 것이라고 NYT는 짚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면 업계는 한결 여유롭게 전환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의 벤카테시 프라사드 수석 부사장은 “많은 중산층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며 “2030년 이후에는 업계가 더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이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