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타이젠'ㆍLG '웹OS' 콘텐츠 강화 전략
TV 화질로 승부를 보던 시기는 지나갔다. TV 화질 기술은 이미 인간의 눈으로는 크게 다른 점을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됐다는 평가다. 이에 국내 가전업계 빅2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화질 경쟁을 넘어 이제는 플랫폼과 콘텐츠에서 승부를 벌이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에서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및 OLED 디스플레이 공급을 위한 장기 계약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기존에 공급했던 83형 패널 외에도 42·48·55·65·77형 화이트 OLED(WOLED) 패널을 향후 5년 간 삼성전자에 공급하기로 했다.
그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며 화질 경쟁을 벌여 왔다. 삼성전자는 2017년 QLED를 처음으로 선보인 이래 지난해까지 누적기준 4400만 대를 팔았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기준 OLED TV 출하량이 약 300만 대로, 11년 연속 OLED TV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그간 화질 경쟁을 벌이던 양사가 이른바 ‘패널 동맹’을 맺은 건 결국 더는 화질 승부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TV 시장에서 디스플레이의 화질이나 화소 기술을 높이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기본값이 됐다”며 “이제 화질 기술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힘들다. 기업들도 이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플랫폼, 콘텐츠 등 소비자들이 크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으로 승부처를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사는 올해 자체적인 TV 운영체제(OS)를 강화하고, 관련 콘텐츠를 확장해 나가는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개선된 ‘타이젠 OS 홈’을 공개했다. 이번에 개편된 타이젠 OS 홈은 TV에 등록된 계정별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각 가족 구성원은 별도 프로필도 설정해서 개인화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콘텐츠를 제공하는 ‘삼성 TV 플러스’도 편리해졌다. 홈 화면에서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를 한눈에 보여주고, 원하는 콘텐츠를 빠르고 쉽게 찾을 수 있는 탐색 카테고리도 추가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콘텐츠 파트너십을 확대해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업계 최다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전 세계 24개국에서 총 2500개 이상의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노경래 삼성전자 VD사업부 상무는 최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TV 사업에 관해 “차세대 AI 프로세서와 타이젠 OS를 바탕으로 일상 속 초연결 경험과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LG전자 역시 자체 스마트TV 플랫폼인 ‘웹OS’(Web OS)의 콘텐츠를 대폭 확대하고, 서비스를 강화한다. 이미 내부적으로도 콘텐츠·서비스 사업이 안정적인 신규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LG전자는 2014년 처음으로 웹OS를 선보인 이래 전 세계 28개국에서 총 3500여 개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광고 기반의 무료 콘텐츠 서비스인 ‘LG채널’의 무료 채널 수도 2021년 1900여 개에서 1년 만에 2900여 개로 늘렸다. 올해 LG전자는 웹OS 플랫폼 사업에서 조 단위 매출을 낸다는 계획이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CES2024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미국에서는 LG채널을 통해 350개 채널을 무료로 볼 수 있고, 콘텐츠 협업과 투자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중국업체 등 보급형 시장 쪽에서도 웹OS 확대를 위한 협업을 하고 있다”며 “더 많은 고객이 웹OS를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경험하고, 더 많은 파트너가 웹OS 생태계에 들어와 활동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