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렛 솔루션ㆍ차세대 데이터센터 등 협업도 확대
삼성 고객사, 22년 100개→28년 210개 증가 전망
삼성전자가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과 손을 잡고 3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 기술력을 강화한다. Arm의 IP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적용한다. GAA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이른바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삼성전자가 첨단 기술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고 평가 받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GAA 공정에 Arm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IP를 최적화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Arm은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들이 칩을 설계할 때 필요한 설계도인 IP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 기업이다. 이번 협력을 통해 삼성전자의 GAA 기술 수요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GAA는 기존 핀펫(FinFET) 기술 대비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늘려 데이터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인 기술이다. 핀펫은 전류가 드나드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와 전류가 흐르는 ‘채널’이 맞닿는 면이 3개로 돼 있는 것에 반해 GAA는 4개로 더 많다. 이에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대폭 높일 수 있다.
특히 3nm 이하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저전력의 상황에서 빠른 속도가 요구되기에 GAA 기술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GAA를 3nm 공정에 도입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Arm과의 협력을 통해 팹리스 기업의 최첨단 GAA 공정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양사는 팹리스 업체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는 SoC 제품 개발 과정에서 GAA 공정을 적용한 Arm의 차세대 코어텍스-X 중앙처리장치(CPU) IP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팹리스 기업에게 적기에 제품을 제공하면서도 우수한 PPA(소비전력·성능·면적)를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협력 초기부터 설계와 제조 최적화를 동시에 처리하는 DTCO(Design-Technology Co-Optimization)를 채택해 Arm의 최신 설계와 삼성전자의 GAA 공정의 PPA 개선 효과를 극대화했다.
아울러 이번 협업을 계기로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을 확대한다. 양사는 차세대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맞춤형 반도체를 위한 2nm GAA, 미래 생성형 AI 모바일 컴퓨팅 시장을 겨냥한 AI 칩렛 솔루션 등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계종욱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디자인플랫폼개발실 부사장은 "양사는 다년간 쌓아온 견고한 파트너십을 통해 최첨단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왔으며, 이번 설계 기술 최적화를 통해 팹리스 고객들에게 최선단 GAA 공정 기반 초고성능, 초저전력 코어텍스-CPU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두고 삼성전자가 3nm 이하 첨단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파운드리 시장 강자인 대만의 TSMC와 미국의 인텔도 GAA 기술에서는 삼성전자보다 뒤처진다. TSMC와 인텔은 내년 2nm 공정부터 GAA 적용을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이들보다 3년을 앞선 것이기에 고객사 확보에 있어 유리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3nm 이하 선단 공정 매출 규모는 올해 73억9000달러에서 2026년 330억7000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증가율은 64.8%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첨단 공정 기술 개발과 고객사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3nm 및 2nm GAA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AI 가속기 같은 새롭게 부상하는 응용처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B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 파운드리 수주는 160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삼성 파운드리 고객 수는 2022년 100곳, 2023년 120곳에서 △2026년 169곳 △2028년 210곳 등으로 추정돼 6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