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 금융거래 목적 확인·한도 제한 제도 개선 권고
금융당국 “상반기 내 ‘100만 원->300만 원’ 한도 상향할 것”
은행권 “현실화 과정…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더 강화하겠다”
앞으로 은행 계좌를 새로 만들 때 하루에 출금 및 이체할 수 있는 한도가 기존 3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은행 창구를 이용할 경우 300만 원까지 확대된다. 지난해 8월 국무조정실이 ‘그림자 규제’라고 개선을 권고한 데다 최근 청년희망적금 만기 도래에도 불구 출금 금액 제한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당국이 서둘러 완화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25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상반기 내로 한도계좌 이체와 출금한도를 기존 인터넷뱅킹 30만 원, ATM기 30만 원, 창구 거래 100만 원을 각각 100만 원, 100만 원, 300만 원 수준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수시로 은행권 관계자들을 만나 시스템 마련 상황 등을 논의 중”이라며 “한도 상향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가이드라인을 통한 자율적인 방법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도제한계좌는 대포통장 발생 등 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출금 및 이체금액을 영업점 창구 100만 원, 온라인·ATM 30만 원으로 제한해 놓은 장치로, 2016년에 시행된 금융거래 한도제한 제도의 일환이다. 이를 일반계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은행에 금융거래목적 확인서와 재직증명서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거나, 은행에서 정상 계좌로 판단할 수 있는 일정 거래실적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금융당국의 협조 요청 사항으로,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적용 중이다. 예컨대 신한은행은 온라인·ATM 인출 150만 원, 창구 500만 원 한도인 한도제한계좌2를 운용한다. 우리은행은 온라인과 대면창구의 이체, 출금 한도를 모두 100만 원으로 두고 있다. 이같이 실제 적용 수준은 은행마다 다르지만, 금융당국의 ‘한도제한’ 자체는 사실상 미이행 시 시정조치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에 현장에서는 처분에 준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한도제한계좌는 지급결제 시장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국은행의 ‘2022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소액결제시스템 결제금액은 일 평균 99조3000억 원으로, 인터넷뱅킹 등을 통한 자금 이체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거래실적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금융취약계층은 은행별 한도제한 해지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8월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전업주부·청년·고령층 및 신규창업자 등 소득 증빙이 어렵거나, 거래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금융취약계층에게 문턱이 높다”며 “국민의 금융서비스 이용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그림자 규제”라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의 개선 요구에도 지지부진하던 출금 및 이체한도 완화는 최근 청년희망적금 만기를 앞두고 ‘한도제한계좌’ 때문에 만기수령금을 출금하지 못해 청년도약계좌 연계 가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급물살을 탔다. 거래 이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청년희망적금 가입을 위해 신규로 은행 계좌를 만든 청년들이 이체 한도에 걸려 1000만 원이 넘는 적금 만기수령금을 한꺼번에 꺼낼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은행권은 우선 청년희망적금 계좌에 한해 거래편의를 높일 방안을 내놨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은 희망적금 만기자가 대면으로 창구에서 목적을 말하면 일시적으로 한도 해지하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인 하나원큐에서도 비대면으로 해지할 수 있게 해뒀다.
다만, 향후 당국의 조치로 전체 계좌의 거래 제한 한도가 늘어나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대응 강화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한도 상향 결정은) 계좌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한도를 현실화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서도 “한도가 늘어나면 보이스피싱 피해 확대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의심계좌 모니터링 등을 강화해 피해가 늘지 않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성행하는 보이스피싱에 대비하며 거래 불편을 줄이는 등 균형을 맞추면서 점진적으로 제도를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상반기 한도 상향 이후 보이스피싱 피해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개선 필요성은 없는지 등을 살필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