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이달 3800억 폭풍매수…순매수 전달 12위서 2위로
JP모건 850달러·뱅크오브아메리카 925달러 목표가 상향
“이익 전망이 주가보다 더 가파르게 상향…여전히 저평가”
‘깜짝 실적’으로 주가가 급등 중인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연일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 알파벳을 제치고 시가총액 3위에 오른 데 이어 장 중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하며 ‘2조 클럽’에 가입했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매수세를 집중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폭등했음에도 미국 월가와 국내 증권가는 여전히 추가 상승세를 점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36% 오른 788.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4.9% 오른 823.94달러를 고점을 찍으며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어선 후 소폭 조정이 이뤄졌다.
전날 주가가 하루만에 16.4% 급등하면서 시총이 약 2720억(약 361조) 늘어난 후 상승세를 이어간 모습이다. 이는 역대 가장 많은 시총 증가폭이었다. 시총 2조 달러에 도달한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3조490억달러) 애플(2조8180억달러)에 이어 미국 기업 시총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눈부신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2022년 말 146.14달러에서 439% 폭등했다. 올해 들어서만 63.6% 올랐다. 엔비디아의 활약에 힘입어 나스닥 지수도 2년 3개월만에 장 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비디아의 실적이 대폭 늘었음에도 시장 기대치를 훌쩍 넘긴 영향이다. 엔비디아의 4분기 매출은 221억3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는 5.16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5%, 769%나 급증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매출액 205억 달러를 8.3%, EPS 4.60달러를 12.1% 상회한 수치다.
엔비디아에 베팅하는 서학개미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23일까지 엔비디아를 2억8668만 달러(약 3820억 원) 순매수했다. 테슬라(3억3413만 달러)에 이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마이크로소프트(1억4524만 달러)도 제치며 3위로 끌어내렸다. 지난달 순매수 종목 12위에서 10계단이나 급등했다.
미국 월가는 엔비디아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투자의견 컨센서스는 매수가 90.9%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보유는 7.6%, 매도는 1.5%에 불과했다.
JP모건은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650달러에서 850달러로 높여 잡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800달러에서 92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UBS는 580달러에서 850달러로, 스티펠은 865달러에서 910달러로 높였다.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투자은행 로젠블랫은 기존 목표가 1100달러에서 1400달러로 올렸다. 현 주가의 약 1.8배에 가까운 수치다.
국내 증권사도 일제히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역대급 질주에도 여전히 주가가 저평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세가 눈부시지만 주가 멀티플은 오르지 않았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5%밖에 오르지 않았다”며 “아마존, 메타, 알파벳 등 엔비디아의 주 고객들이 AI 그래픽처리장치(GPU)투자를 대거 늘리고 있으나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등 엔비디아의 독점력이 약해지지 않았다. 주가가 급등했지만 비싸지 않다”고 진단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이익 전망이 주가보다 더 가파르게 상향되어 오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오히려 완화되고 있다”며 “추가 어닝 서프라이즈와 신제품 및 사업 전략 발표도 예정되어 있는 만큼 추가 상향 여력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정나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엔비디아의 AI칩에 대한 초과수요폭이 크다는 점에서 외형 성장 및 수익성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2분기부터는 H100보다 추론 능력이 2배 가까이 뛰어난 H200 출하에 따른 성장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