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주요국 모두 회복세
한국도 작년 중반 바닥 치고 안정 유지
금리 인하 기대감 수요로 이어져
독일은 예외적으로 부진 이어가
선진국 부동산 시장이 10년 만에 가장 심각했던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인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주택 가격이 반등하는 가운데 한국도 지난해 중반 바닥을 치고 나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7개 OECD 회원국 전체의 지난해 3분기 명목 주택 가격이 전기 대비 2.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하락한 국가는 전체 3분의 1에 그쳤고 이 역시 지난해 연초 기록한 과반에서 크게 줄었다.
2022년 말까지만 해도 전 세계 주택 가격은 추락했다. 대부분 국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인상한 탓이다. 그 결과 2022년 말 OECD 국가들의 명목 주택 가격은 0.6% 상승했고, 상승률은 2012년 이후 가장 낮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금리가 낮아지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도 낮아질 가능성이 커져 수요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영국과 미국의 모기지 금리는 지난해 기록한 최고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루 위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에서 주택 가격이 바닥을 쳤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T로우프라이스의 토마스 비엘라덱 이코노미스트 역시 “주택 가격은 많은 곳에서 바닥에 가까워졌고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 등 일부 국가의 가격이 아직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위샤트 이코노미스트는 “가격 하락은 이미 대부분 지나갔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주택 가격이 탄탄한 경제와 고용 성장 속에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5.2% 상승하며 가장 순조롭게 회복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전국적으로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에서는 가격이 지난해 3분기 0.8% 상승하면서 연초 하락세를 뒤집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에 대해선 지난해 중반 최저치를 기록한 후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다만 경기 침체와 대규모 임대 시장 부진 등을 겪는 독일은 지난해 3분기 주택 가격이 전년 대비 10.2% 하락하며 예외로 분류됐다.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 낙폭으로, 전기 대비로도 1.4% 하락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실뱅 브로이어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주택 가격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최악의 상황은 이미 확인했을 것”이라며 “일부 국가에선 모기지 상환액이 여전히 늘고 있고 가격을 높게 책정했던 건물들의 가격이 내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조정이 이어질 수 있지만, 무난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