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미 세계 무역 정체 빠진 상황
세계은행 “1990년대 이후 가장 성장 느린 5년 될 것”
“포퓰리즘, 보호주의 수용하고 무역 협정 훼손할 수도”
그러나 트럼프의 재선과 무관하게 세계 무역은 이미 정체에 빠져 위기다. 각국 정부가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쇄국 정책을 내놓으면서 무역 협정에 몸을 사리는 탓이다.
최근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세계 무역은 1990년대 이후 가장 성장이 느린 5년(2020~2024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020년대 들어 각국은 연평균 5건의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2000년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이에 반해 지난해 전 세계 무역 제재는 약 3000건에 달했는데, 2015년의 5배에 달한다.
아이한 코세 WB 개발전망 국장은 보고서에서 “오늘날 많은 국가에서 잘못된 포퓰리즘으로 세계 무역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 입안자들은 무역 장벽을 낮추고 왜곡된 국내 정책을 피하며 국제 무역을 위한 광범위한 공정 경쟁의 장을 구축한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그러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국가들이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퓰리즘이 무역에 미치는 피해는 과거부터 언급됐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선거가 시행되는 만큼 자국을 감싸는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어 세계 무역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밥슨칼리지의 켄트 존스 경제학 교수는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기고문에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포퓰리즘 정부는 미국, 영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26개국에서 정치 권력을 장악했다”며 “포퓰리즘은 종종 공격적인 민족주의와 감정적 슬로건을 이용해 무역 협정을 외세의 주권 침해와 연결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포퓰리즘 정부가 개방형 세계 무역 시스템의 기둥인 ‘국가’를 대표한다면 보호주의를 수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스템 규칙을 훼손하고 무역 관계를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WB는 인접국이나 동맹국과의 협력에 집중하는 프렌드쇼어링·니어쇼어링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코세 국장은 “이러한 정책은 공급망을 보호하려는 욕구에 의해 동기 부여될 수 있지만, 현실은 다각화한 글로벌 공급망이 회복력의 원천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축소하려는 노력은 글로벌 기술 확산을 제한하고 비용을 높임으로써 잠재 성장을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들은 무역협정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재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