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SK하이닉스, 지난달 HBM3E 초기 양산
마이크론 "엔비디아용 HBM3E 양산"
27일 삼성전자가 개발에 성공한 5세대 HBM은 그동안 HBM 시장 선점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렸다는 평가를 뒤집을 '회심의 카드'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다.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는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HBM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SK하이닉스 독점 구도에 초격차 기술력을 앞세워 반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제품은 현존 최고 용량인 36기가바이트(GB)를 구현해 기존 HBM3 8단 제품보다 성능과 용량 모두 50% 이상 향상했다. '첨단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TC NCF)' 기술로 8단 제품과 동일한 높이로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상반기 중에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6세대 HBM(HBM4)도 2025년 샘플링,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메모리 업계의 주도권을 되찾고 고용량 HBM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 15일 SNS에 "삼성전자 반도체 제품은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의 속도와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준비가 돼 있다"며 HBM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HBM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4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5배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 마이크론은 한발 앞서 26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H200 GPU에 탑재될 HBM3E(24GB 8단) 양산을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H200은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H100을 대체할 차세대 제품이다. 엔비디아는 다음 달 열리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TC)에서 AI 메모리 포트폴리오와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만으로는 아직 마이크론의 수율을 알 수 없고 생산 능력도 경쟁사 대비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기존 예상보다 빠른 마이크론의 HBM3E 양산 발표 소식에 전날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의 주가는 4% 이상 상승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HBM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도 HBM 시장 주도권 굳히기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5세대 제품인 HBM3E 8단 제품의 초기 양산을 시작했고, 가까운 시일 내 고객 인증을 완료해 본격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도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 규격에 맞춰 8단과 같은 높이로 구현할 것이며, 고객 일정에 맞춰 순조롭게 제품화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콘퍼런스에서 HBM3E 16단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3세대 제품인 HBM2E부터 독자 기술인 MR-MUF 기술을 적용했다. MR-MUF는 적층한 칩 사이에 보호재를 넣은 후 전체를 한 번에 굳히는 공정으로,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AI 시장 확대를 바탕으로 한 HBM 시장의 성장세는 이미 예고된 만큼 향후 수익성 확보에 따른 질적 성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2024년 HBM에 대한 포인트는 경쟁 심화가 아닌 생산성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 제고 수준 여부가 될 것"이라며 "HBM의 빠른 성장세 속 높은 생산성은 선제적 추가 수주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고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투자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