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연구팀, EBV 양성 위암 남녀 차이 규명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EBV)’ 발병률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제1 저자 김지현 전임의)은 인구 90% 이상이 감염되는 EBV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위암의 성별에 따른 양상 차이를 분석했다고 28일 밝혔다.
EBV는 타액을 통해 전염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키스병’이라고 불리는 감염성 단핵구증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감염돼도 큰 증상 없이 지나가며, 전체 인구의 90% 이상에서 항체가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 그러나 EBV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위암과 비인두암 등 다양한 암 발병의 원인이 된다.
특히 위암은 전체의 약 10%가 EBV 양성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최근 의학계에서는 위암 세포의 분자적 특성을 구분하는 네 가지 기준 중 하나로 이 바이러스의 양성 여부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EBV 양성 위암의 특성을 규명하고,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다른 양상을 보이는지 밝히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에는 2003년부터 2023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암으로 진단, 치료를 받은 4587명의 데이터가 사용됐다.
남성 위암 환자의 13.3%가 EBV 위암이지만, 여성은 3.3%에 불과했다. 위암 자체가 남성에서 호발하기 때문에 총환자 수는 남성이 약 1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EBV 위암은 일반적인 위암에 비해 분화도가 낮은 특징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분화도가 낮을수록 침윤이 깊고 조직 형태의 구분이 어려워 미만형(점막 아래 퍼지는 형태의 암)으로 분류되고 예후가 나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EBV 위암은 오히려 전체적인 생존율이 일반 위암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이는 남성에만 해당하는 사항으로 밝혀졌다. 남성에서 EBV 위암의 5년 생존율은 90.8%로, 그 외의 위암이 85.3%인 것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여성은 EBV 유무에 따라 각각 88.5%, 87%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결과가 EBV 위암에 대한 면역체계의 남녀 차이와 관계가 깊다고 추정했다. 여성은 에스트로젠 등 성호르몬으로 인해 면역기능이 전반적으로 높아 EBV 양성 위암 발병률 자체가 낮지만, 발생 시에는 생존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남성은 EBV 양성 위암의 발생률은 높지만, 전이가 잘 안 되며 생존율이 상승하는 결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남녀에 따른 EBV 위암의 양상 차이를 자세하게 밝혀낸 연구”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분화도가 낮은 미만형 점막하 침윤이 의심되는 경우라도 전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 남성 EBV 양성 조기위암이라면 부담이 큰 위절제술 대신 내시경 치료를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근거를 제공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위암(Gastric Cancer)’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