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도 예산마련 증자안 계획
업계 "또다시 발목잡을라" 초긴장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리는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눈앞에 놓였다. 여야 모두 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무난히 이뤄질 전망이다. 수은은 이번 법 개정이 단순히 방산업계를 넘어 해외 초대형 수주 기업에 대한 맞춤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수은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와 23일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수은법 개정안은 이제 2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현행 수은법 제4조에 따르면 수은의 법정자본금은 15조 원으로 명시돼 있다. 수은의 자기자본금은 법정자본금 15조 원을 비롯해 18조4000억 원가량이다. 수은법 시행령에 따르면 수은은 동일 차주에게 자기자본의 40%(7조3600억 원) 이상을 대출할 수 없다.
폴란드와의 무기 수출 계약 과정에서 이 수은법이 걸림돌이 됐다. 2022년 한국은 폴란드와 17조 원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당시 수은과 무역보험공사가 각각 6조 원씩을 폴란드에 빌려주기로 약정했다. 문제는 한국-폴란드 간 2차 무기 수출 계약 과정에서 벌어졌다. 폴란드는 추가 정책 금융·보증·보험을 요구하고 있는데 남은 한도가 1조3600억 원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 수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만큼 자본금이 늘어나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수은에서는 수은법 개정이 단순히 방산업의 관점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최근 해외에서 대형 사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사업 지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금융당국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 등을 통해 수출 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이번 수은법 개정이 이 같은 정책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폴란드 무기 수출건이 부각되다보니 방산쪽에 초점이 치우쳐져 있는데 애초 수은법 개정이 단순히 방산업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해외 플랜트, 인프라 수주, 원전, 첨단전략산업 등 해외 대형사업 수주를 하는데 맞춤형 지원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수은법 개정안 통과 이후 기획재정부는 당장 필요한 예산 마련을 위한 증자안도 계획하고 있다. 기재부는 수은법 통과를 가정해 한국도로공사 지분 등 현물로 15조 원, 현금으로 5조 원가량의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비록 여야가 수은법 개정안에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여야 정쟁이 국회 본회의 자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정족수 미달 해프닝이 벌어졌던 것처럼 국회 본회의에서는 비슷한 일이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며 “여야 모두 방산 수출 활성화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성상덕 대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정부의 수출금융 지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향후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도 우리 기업이 경쟁하기 어려워진다”며 “빠른 납기와 우수한 가성비를 앞세워 글로벌 무기시장 개척에 성공했듯이 수은 자본금 한도를 상향한다면 방산업계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