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멜로디에 흘러나오는 생각지도 못한 그 단어. 밤.양.갱.
다시 들어봐도 정확히 꽂히는 3음절인데요. 네, 저희가 알고 있는 그 할매 간식이라 불리는 그 사각형의 ‘밤양갱’이 맞습니다.
요즘 이 ‘밤양갱’이 어딜 가나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는데요. 그것도 상큼한 멜로디에 섞여 세상 달콤한 목소리로 말입니다. 최근 음원차트 TOP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밤양갱’ 때문이죠.
가수 비비의 신곡 ‘밤양갱’은 28일 현재 멜론, 지니, 유튜브뮤직, 애플뮤직, 플로, 벅스 등 국내외 음원플랫폼에서 일간·실시간 차트 정상을 휩쓸고 있는데요.
유명 아이돌 그룹과 음원퀸이라 불리는 아이유의 신곡도 밀어낸 ‘밤양갱’이죠. 2주전 발표된 이 곡은 천천히 순위가 오르더니 결국 정상을 찍었는데요. 팬덤에 의해 발매 직후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가 금세 하락하는 노래와는 달랐죠.
‘밤양갱’ 인기의 가장 큰 비결은 귀에 쏙 들어오는 가사와 멜로디가 만들어 낸 그 묘함에 있는데요. 지난 사랑의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기억을 ‘밤양갱’에 비유한 곡으로 가수 장기하가 작사, 작곡, 편곡을 담당했습니다. 대중음악에서 흔치 않은 왈츠풍 멜로디에 비비의 매력적인 보컬이 더해지며 중독성을 불러일으켰죠. 이 중독성 가득한 묘함이 계속해서 재생 버튼을 누르게 하는데요. 아예 ‘반복 재생’, ‘1시간 재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사도 재미있는데요. ‘달디달고 달디달고 다(달)디단 밤양갱’으로 이어지는 후렴은 장기하 특유의 말맛이라는 평가입니다. 서정적이면서도 동화 같지만, 그 내용은 참 씁쓸한데요. 헤어진 연인에게 바란 건 화려한 만찬이 아닌 밤양갱 하나를 나눠 먹는 소박한 시간이었다는 내용이죠. 뇌리에 박힌 이 가사는 달콤쌉쌀한 사랑의 끝 맛을 표현했다는 박수를 받고 있습니다.
거기다 ‘밤양갱’의 모음과 자음이 스타카토로 끊어져 발음되는 파열음이 주는 상쾌함도 손꼽히는 비결인데요. 이 묘한 운율에 비비의 음색이 섞이며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계속 듣고 싶은 ‘이지이스닝(듣기에 편안한 곡)’에 최적화된 노래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겠죠.
“탕후루로 가득한 세상에 네모난 울림을 준 곡”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평가 속 ‘밤양갱’은 그 자리를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비비는 그간 ‘어둠의 아이유’, ‘음지의 아이유’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었는데요. 예쁜 음색과는 상반되는 거침없는 매력의 곡을 선보였던 탓이죠. 어느덧 데뷔 8년 차에 접어든 비비는 나쁜X‘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 ’쉬가릿‘ 등 제목만 들어도 강렬한 곡을 주로 불러왔는데요. 이제야 음지를 나와 양지로 나왔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죠.
비비의 햇살은 ‘이지이스닝’이었는데요.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성을 모두 휘어잡으며 비비는 이제 그 이름을 톡톡히 새겼죠. 비비는 음원차트 ’올킬‘ 소감을 묻자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많은 사랑 영광스럽고 굉장히 많은 감정이 교차된다”라고 밝혔습니다.
‘밤양갱’이 담긴 음원 차트는 그야말로 말랑말랑 그 자체인데요. 그야말로 ‘대중 음악’이란 당연한 말 그대로죠.
최근 발매한 아이유의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도 이 궤를 같이합니다. 타이틀곡인 쇼퍼(Shopper)’나 ‘홀씨’보다 더 큰 사랑을 받는 이유도 ‘이지이스닝’을 들 수 있는데요.
곡 전개와 구조를 이해하기 쉬운 곳, 편안하게 부르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익숙한 올드팝의 느낌. 그저 귀를 쉬어가게 해주는 음악에 몸을 맡기게 되죠. 4세대 걸그룹 뉴진스의 ‘디토(Ditto)’ ‘하입보이(Hype boy)’,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Cupid)’, 르세라핌의 ‘퍼펙트 나이트(Perfect Night)’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제는 남자 아이돌에게도 퍼졌는데요. 파워풀한 춤과 강렬한 이미지, 심오한 세계관을 펼치며 강력한 팬덤을 이끌었던 남자아이돌계의 반전이죠. 그간 인위적인 설정으로 가득 찬 어지럽던 곡에서 벗어난 느낌인데요. 여자 아이돌만큼 음원 시장에서 이렇다 할 순위를 차지하지 못했던 과거를 뛰어넘겠다는 의지죠.
지난해 9월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 신인 남자 아이돌 ‘라이즈’는 데뷔곡 ‘겟 어 기타(Get A Guitar)’를 통해 ‘이지리스닝’을 전면에 내세웠는데요. 청량함을 뽐내며 ‘듣는 음악’으로 대중성을 사로잡은 라이즈는 이후 히트곡인 이지(izi)의 ‘응급실’을 샘플링해 재해석한 ‘LOVE 119’를 통해 그 기반을 더 탄탄히 했습니다. 세대를 넘어 현 10대에게도 노래방 원픽곡으로 이름난 응급실 샘플링은 대놓고 ‘대중픽’을 노리겠다는 의도였는데요. 거기다 빼어난 자태의 멤버들의 ‘얼굴 공격’은 그 강력함을 배가시켰습니다. 해당 곡은 데뷔 후 첫 음악방송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활동이 끝난 후에도 멜론 주간차트 4위까지 오르는 등 롱런 중이죠.
올해 1월 데뷔한 ‘투어스’도 마찬가지인데요. 하이브 소속 레이블 플레디스 신인그룹 투어스는 그룹 ‘세븐틴’의 남동생 그룹으로 알려졌죠. 투어스는 데뷔 앨범 ‘스파클링 블루’의 타이틀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로 멜론 일간 차트 최고 순위 2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라이즈와 마찬가지로 투어스도 ‘이지이스닝’에 보이그룹만의 청량함을 더했는데요. 거기다 교복과 트레이닝복으로 코디하며 소년 시절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성을 채웠죠.
그 청량함에 매료된 팬들의 “첫 만남이 이토록 쉬운데 뭐가 계획대로 안 된다는 거냐”라며 입덕 후기들이 쏟아졌는데요. 투어스는 데뷔와 동시에 음악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며 일각에서는 ‘사재기’ 의혹까지 불거지기도 했죠. 그만큼 순위 상승이 심상치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쉬운 게 어려운 법. 청량함과 싱그러움으로 채워진 음원차트가 반가운데요. 이 익숙한 흥얼거림이 이어지는 ‘이지이스닝’이 가득한 요즘은 좀 즐겨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