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가계에서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지출하는 이자 비용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 이상 가구의 명목 지출 중 월평균 이자 비용은 13만 원이었다.
전년(9만9000원)과 비교해 31.7%나 늘었다. 이는 통계청이 1인 이상 가구에 대한 가계동향 조사를 시행한 2006년 이래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같은 기간 소비 지출 증가 폭(5.8%)과 비교해 5배 이상 높다.
물가 영향을 배제한 실질 이자 비용 역시 2022년 9만2000원에서 지난해 11만7000원으로 1년새 27.1% 늘었다. 이 역시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이자 비용 부담은 서민층과 고소득층에서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실질 월평균 실질 이자 비용은 2만1000원으로 전년(1만7000원)보다 18.7% 늘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이자 비용도 17만9000원에서 25만4000원으로 1년 새 41.7% 급등했다.
같은 기간 1분위 가구 소비 지출은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중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은 5.7%, 주류·담배 지출은 8.2% 각각 줄었다.
5분위 가구 소비 지출 증가율은 3.7%에 불과했다.
이처럼 이자 비용이 대폭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시기 늘어난 가계부채와 고금리 장기화 상황이 맞물린 결과다.
가계가 갚아하는 부채의 규모를 의미하는 가계신용은 작년 12월 말 기준 1886조4000억 원(잠정)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또한 2017년 92.0%에서 2022년 108.1%로 5년 만에 16.2% 증가했다.
지난해 들어 증가 흐름이 둔화되긴 했지만 작년 4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지난해 5월 이후 매달 증가해 지난달 28일 기준 696조371억 원까지 늘었다.
코로나19 시기 0.5%까지 내려갔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21년 하반기부터 상승을 거듭해 작년 1월 말부터 현재까지 3.5%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