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춤하던 청약시장에 단비가 내렸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디퍼아)' 무순위 청약에 101만 여개의 통장이 몰리며 '청약 광풍'이 분 것이다. 분양업계에선 디퍼아 효과로 전체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개별 단지에 국한된 흥행이라며 시장 전체 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11일부터 15일까지 전국에서 17개 단지, 총 7765가구가 청약접수를 받는다. 이는 이달 분양예정 물량의 67% 수준이다.
리얼투데이가 집계한 이달 전국 분양 예정물량은 21개 단지, 1만4784가구(일반분양 1만1432가구)다. 이는 한달 전인 2월(2만1725가구) 분양 물량 대비 절반 수준인 52.62%에 그친다. 다가오는 4월 총선으로 건설사들이 분양 시기를 연기한 데다, 청약홈 개편으로 신규 입주자 모집공고가 중단되면서 사실상 이달 분양시장이 올스톱된 영향이다.
이 가운데 이달 분양 물량의 10가구 중 7가구가 이달 11일부터 15일 사이에 공급된다. 주요 분양 단지로는 △분당금호어울림그린파크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 1~5 단지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 플레이스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용인 등 수요자들의 주목도가 높은 단지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분양업계 내에선 최근 주줌했던 청약시장이 디퍼아 무순위 청약 효과로 소폭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디퍼아가 청약이 낯선 입문자들에게 향후 분양단지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양시장 전체의 온기가 돌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디퍼아의 역대급 흥행은 수억 원의 시세차익이 보장된 단지에 몰린 예외적인 경우란 이유에서다.
실제 디퍼아는 2020년 7월 분양가가 적용돼 시세 대비 반값 수준으로 공급됐다. 디퍼아 전용면적 132㎡ 분양가는 21억9238만 원이지만, 시세는 45억~49억 원대로 형성돼있다. 당첨되면 20억 원 이상 시세차익이 가능하다. 취득세와 종부세, 양도세 등을 제외한다 해도 10억 원가량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번 디퍼아 무순위 청약에 100만 명이 몰린 것을 보고 혹시라도 청약시장 분위기가 살아난 것으로 착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디퍼아가 특별한 것이지 전체 청약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 특히 지방 분양시장은 매우 어렵다. 당첨만 되면 웃돈이 붙는 시절은 끝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