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난 김희진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탄생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송중기 배우에게는 대중의 마음을 여러 번 움직인 사람이 가진 힘이 있다"라며 "감독이 요구하지 않아도 이미 배우 안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게 관객들의 마음을 많이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밝혔다.
'로기완'은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민 기완(송중기 분)과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여성 마리(최성은 분)의 만남을 통해 구원과 소통, 사랑과 위로의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다.
김 감독은 "(촬영 당시) 송중기 배우가 상당히 좋은 상태였다. 마음에 여유가 있었는데, 현장에서도 그런 공간들이 보였다"라며 "촬영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면, 이미 감정이 올라와 있고 바로 촬영하면 되는 상태에 있었다"라고 말했다.
마리 역할을 맡은 최성은 배우에 대해서는 "오디션 당시 첫 번째 순서로 들어왔는데, 들어올 때부터 마리 같은 사람이 들어온다고 생각했다"라며 "스몰토크를 할 때부터 희한한 느낌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열정이 넘치는 배우다. 최성은 배우를 보면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집중력이 대단해서 현장 분위기를 진지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힘이 있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로기완'은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벨기에에서 분투하는 기완의 서사가 전반부를, 기완과 마리가 만나서 사랑을 쌓아가는 서사가 후반부를 이루는 영화다. 초반부와 후반부의 플롯이 잘 섞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김 감독은 "그렇게 보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기완이 새롭게 자리 잡은 땅을 떠날 이유가 필요했고, 거기에 납득할 만한 얘기가 필요했다"라며 "사랑이라는 감정 말고는 (기완을 움직일 수 있는) 다른 게 있을까 싶었다. 사실 다른 답을 찾지 못해서 로맨스를 넣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실제 유럽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자 애쓰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취재하는 등 영화에 사실적 색채를 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직장인으로 살고 계신 20대 후반 탈북민을 만났다. 만남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라며 "특수한 환경에 있는 분이라 신뢰를 얻어서 만나기까지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만났을 때도 이분이 내게 모든 걸 말해주진 않겠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탈북하고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그 과정을 내게 조심스럽게 들려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들이 이 영화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의 원작자인 조해진 작가의 반응에 대해서는 "아직 작가님과 만나서 얘기하진 못해서 정확하게 어떤 감상인지는 모른다"라면서도 "기완과 마리를 따뜻하게 마무리해줘서 고맙다고 하신 거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