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경 손상되면 회복 불가…정기적 안과 검진 필요
녹내장은 시신경이 점차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면서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안압 상승을 포함해 다양한 요인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는데, 진행성 질환이기에 치료 시기를 놓치면 악화한 증상을 되돌리기 어렵다. 시야결손은 서서히 진행되므로 환자가 조기에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요한 이유다.
국내 녹내장 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자료에 따르면 녹내장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18년 90만6992명에서 2022년 111만9223명으로 5년 사이 20% 이상 늘었다.
강자헌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안과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 사회변화 속에 환자의 관심도 증가, 녹내장 진단 장비의 발달, 건강검진 증가 등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녹내장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높은 안압은 녹내장의 주요한 원인이다. 안압이 높아지면 시신경을 훼손하고, 손상된 시신경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실명을 유발한다. 안압은 각막 주변부 섬유주를 통한 방수의 유출이 저하되면서 상승한다. 안압 외에도 나이가 많을수록 녹내장 발생률이 높아진다. 시신경 주위 혈액순환의 저하, 가족력 등도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근시와 얇은 각막을 가진 사람도 녹내장 고위험군이다.
녹내장 진단을 위해서는 안압측정검사가 필수적이다. 이후 안저검사와 빛간섭단층촬영검사를 통해 시신경의 손상 정도를 형태학적으로 확인한다. 또 시야 검사를 통해 기능적인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파악한다. 각막 두께를 측정해 이를 근거로 안압의 정도를 파악하는데, 최근 라식 등 각막굴절교정술로 인해 각막이 얇은 환자가 많아져 검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녹내장은 방수유출 저하 기전에 따라 ‘개방각녹내장’과 ‘폐쇄각녹내장’으로 분류한다. 폐쇄각녹내장은 개방각녹내장과 달리 급성으로 발생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면서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눈 주위 통증과 충혈이 발생하며 급격한 시력 손실이 진행돼 응급실로 내원하는 환자도 있다.
개방각녹내장 중 안압이 정상범위라면 다시 ‘정상안압녹내장’으로 분류한다. 안압이 높은 개방각녹내장이 많은 서양과 달리 한국은 정상안압녹내장이 전체 환자의 70%를 차지해 가장 흔하다. 안압이 정상인 녹내장은 통증이 없고 시야가 주변부터 천천히 좁아져서 환자 스스로 증상을 눈치채기 더욱 어렵다.
녹내장의 종류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다. 폐쇄각녹내장은 신속히 안압을 떨어뜨려 시신경을 보존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맥주사와 함께 복용약 및 점안제를 사용하며, 안압이 내려가면 레이저 홍채 절개술을 통해 방수가 배출될 우회로를 낸다.
정상안압녹내장을 포함한 개방각녹내장은 안압을 조절해서 시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 시신경 손상을 막는 것이 일차적인 치료법이다. 약물치료로 안압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운 환자는 레이저 섬유주 성형술이나 섬유주절제술을 시행한다.
강 교수는 “녹내장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시신경 손상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적인 녹내장의 위험 요인을 가진 40세 이상과 고도근시 환자는 1년에 한 번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라면서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원시 고안압 또는 6개월~1년 이상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사람,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는 환자는 정밀한 정기검진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