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넘는 고연봉 26.4%p나 벌어져
남성 관리자 비중 높고 50대 많은 탓
금융권의 여성 인력 수와 장기근속 비율이 늘었지만, 남성과 여성의 급여 차이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경우 지난해 1인당 평균 급여 차이는 약 3000만 원에 달했다. 실질적인 근로 여건 측면에서 남녀 인력 간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억 원 이상 고액 연봉자 비중 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11일 본지가 2020~2023년 금융인력기초통계 및 수급 전망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년 새 주요 국내 7개 금융업권(은행·보험·증권·자산운용·상호저축은행·여신전문·신협)에서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가 고연봉 구간으로 갈수록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급여가 5000만 원 이상인 경우 남녀의 급여 수준 비중 차이는 24.9%포인트(p), 7500만 원 이상인 경우는 24%p였다. 1억 원이 넘는 경우, 남성과 여성의 비중 차이는 22.7%p였다.
이 같은 차이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고연봉자일수록 더 격차가 커졌다. 지난해 급여가 5000만 원 이상인 남녀의 급여 수준 비중 차이는 17.4%p로, 3년 새 7.5%p 줄었다. 반면, 7500만 원 이상인 경우 남녀 차이는 27.3%p로, 2020년(24%p)보다 3.3%p 증가했다. 1억 원 이상인 경우 26.4%p로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더 벌어졌다.
같은 기간 장기 근속한 여성과 남성 간 차이는 대폭 줄었다. 여성 인력의 근무 기간이 늘어나면서다. 2020년 근무 기간이 10년을 넘은 남성과 여성 비중의 차이는 3.2%p, 20년을 넘은 남녀 비중의 차이는 8.5%p였다. 그러나 지난해 10년 초과 근무의 경우, 여성이 남성을 역전했다. 10년 넘게 일한 남성의 비중은 48.9%, 여성은 50.4%였다. 20년 초과 근무도 차이가 4.6%p로 좁혀졌다. 3년 새 전체 인력 중 10년 넘게 일하는 인력 비중에서 여성이 남성을 추월했음에도 급여 차이는 여전히 큰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 ‘금융인력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 전망’ 보고서에서 “전체 남성 인력 중 관리직은 23.7%지만, 여성 인력 관리직 비중은 6.3%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현실이 반영됐다”며 “남성 인력은 50대 이상이 28.9%에 달하지만, 여성 인력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2%에 그치며 남성 인력에 비해 20대 연령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등도 급여 수준 차이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기 근무 여성은 늘었는데 급여 차이가 여전한 것은 5대 금융만 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이 약 14년 11개월로 전년 대비 15년 5개월에서 6개월가량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은 10년 11개월로 10년 2개월에서 9개월가량 늘었다.
지난해 5대 금융의 1인당 평균 급여는 남성이 9216만 원, 여성이 6248만 원이었다. 이는 전년보다 남성이 약 260만 원, 여성이 약 717만 원 오른 수준이다. 여성의 1년 새 평균 급여 상승 폭이 남성보다 높아 차이가 소폭 줄기는 했지만, 남녀 1인당 평균 급여의 차이는 지난해 2967만 원으로, 전년(3424만 원)보다 400만 원가량 좁아지는 데 그쳤다.
다만, 향후 남녀 간 급여 차이가 점차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현재 신규 채용에서 여성의 비중이 계속 남성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여성 인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2030대 인력이 점차 관리직군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남녀 간 급여 차이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