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 기준은 과거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배상기준 보다 엄격하고 세밀하게 설계됐다.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투자자 요인에 따른 가감 요인을 반영하면서 배상을 아예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홍콩 ELS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최종 배상비율은 기본배상비율(20~40%)에 판매사 가중(3~10%포인트(p))분을 더한 뒤 투자자별 조정(±45%p) 및 기타조정(±10%p)을 통해 산출된다. 금감원은 20~80% 범위에서 최종 배상 비율을 결정했던 DLF 때와 달리 홍콩 ELS에 대해서는 기본배상비율이 책정되더라도, 가감 요인을 반영해 상하한 한도 없이 0~100% 범위에서 최종 배상률이 산출되도록 했다.
ELS의 상품 설계 구조에 위법이 없는 만큼 투자자 경험, 과거 수익 규모에 따라 투자자에게도 책임 묻는 것이 DLF와 다른 점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 요인에 최대 45%p까지 차감될 수 있도록 했다. 투자 경험이 많거나 금융지식 수준이 높은 투자자들은 자기투자책임 원칙에 따라 아예 배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다만, ELS 가입 횟수가 20회를 초과해야만 투자자 책임이 생긴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투자자 책임을 소홀하게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20회, 50회 등 차감 요인은 절대적인 기준의 차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중요성의 차이고, DLF 사태 당시와 고려할 요인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판매사의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배상 비율도 과거 DLF 사태 때보다 낮아졌다. DLF 사태 당시 내부 통제 부실에 대한 배상 비율은 최대 25%였지만, 이번 기준안에서는 최대 10%로 줄었다. 이 수석부원장은 “실제 판매 과정에서 기본적인 설명 의무나 녹취 의무와 같은 형식적 법규들은 상당 부분 준수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DLF 사태만큼 내부통제 부실이 크다고 보기 어려워서 상대적으로 낮은 기준으로 배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ELS 관련 배상안의 전반적인 배상 비율은 20~60% 범위 내 분포할 것으로 예측했다.이는 과거 DLF 배상 비율보다 낮은 수준이다.금감원은 DLF 최종 배상비율을 20~80% 범위에서 결정한 바 있다. 이 중 6개 대표 사례에 대해서는 40∼80%의 배상비율을 적용했다.이 수석부원장은 “DLF 사태와 비교해서 상품 특성이나 소비자 환경 변화 등을 감안하면, 그때보다 판매사 책임이 더 인정되긴 어렵다. DLF보다 높게 적용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2018~2019년 사모 방식으로 7950억 원어치 판매된 DLF는 비정형적이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매우 복잡한 상품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ELS는 비교적 정형화되고 대중화된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투자자들의 연령대가 높고, 재투자 비중도 높았다. 2003년 2월부터 지속적으로 판매된 홍콩 ELS의 판매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8조8000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