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반감기’ 앞둔 비트코인, 질주 시작됐나…고래도 움직였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4-03-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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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또 사상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11일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은 오전 10시 30분 기준 24시간 전 대비 1.79% 하락한 6만8022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그러나 오후 들어서 반등에 성공,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오후 4시 20분께에는 7만400달러대를 뚫었고, 또 금세 7만900달러를 돌파하는 파죽지세 행보를 보여줬죠.

최근 비트코인은 상승 랠리를 거듭하면서 최고가를 잇따라 경신해왔습니다. 1월 19일 비트코인은 4만1000달러 선에서 거래됐는데, 이달 6일에는 최고가인 6만9300달러대를 기록했습니다. 사상 최고가를 터치하자마자 급락했던 비트코인은 다시 상승세를 타고 8일 사상 처음으로 7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한국 프리미엄이 붙은 국내 원화 거래소에서는 1억 원까지 시세가 근접하며 랠리를 거듭했는데요.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1억 원 돌파’를 앞둔 일종의 숨 고르기로 분석했는데요. ‘반감기’처럼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이슈가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에서 비롯된 겁니다. 그리고 이날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1억 원을 터치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향후 가격엔 회의적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호재는 이미 가격에 선반영된 상태고, 시세 차익을 위한 매도 물량도 상당해 시장변동성을 해소하고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거죠.

▲(출처=코인마켓캡 캡처)
비트코인, 1년간 300% 올랐다…현물 ETF·반감기 등 긍정적 이슈

비트코인은 지난해 3월 13일 기준 3만 달러에도 한참 못 미치는 2만2150달러 대에 거래됐습니다. 지금까지 250%가량 상승한 겁니다.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우선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달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승인한 바 있는데요. 해당 ETF들에 56억 달러(약 7조4000억 원)가 순유입되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급등할 수 있었다는 거죠.

또 미국 경기 연착륙 기대 속에 주식, 코인 같은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있는 것도 비트코인 강세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국 경기가 반등하면서 시장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갖춰질 것이라는 거죠. CNBC는 2월 미국의 고용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말 늦게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반감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도 큰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비트코인은 전체 유통량이 2100만 개 선에 제한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인데요.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블록체인 알고리즘 내에선 채굴자들이 비트코인 1개를 채굴할 때마다 새로 얻는 비트코인과 거래 수수료 등 보상이 약 4년 주기로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이 시기를 반감기라고 부르죠. 채굴 보상은 2009년 첫 출시 당시 비트코인 50개였지만, 2012년 11월, 2016년 7월, 2020년 5월 세 차례 반감기를 거쳐 오면서 현재 6.25개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비트코인의 다음 반감기는 다음 달 20~21일께 예정돼 있습니다. 반감기를 거치고 나면 채굴 보상은 3.125개까지 떨어지게 되죠. 채굴자들이 받는 비트코인이 줄면 시장에 공급되는 비트코인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도 상승합니다. 포브스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1900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이 채굴됐고, 모든 채굴이 끝나는 시점은 2140년으로 예상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며 1억 원 돌파를 목전에 둔 가운데 5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실시간 거래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반감기 이후 얼마나 올랐나…“4월 전에 10만 달러 도달 가능성”

업계 참여자들이 비트코인의 반감기를 호재로 여기는 건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공급이 줄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른다’는 희소성의 논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비트코인은 2009년 처음 생성된 후 2012년, 2016년, 202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반감기를 맞았는데, 모두 직후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1차 반감기였던 2012년 11월 비트코인은 개당 10달러 수준이었는데 약 1년 뒤 10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2차 반감기 이후 1년 동안에는 640달러에서 2600달러로, 3차 반감기로부터 1년 뒤에는 8700달러에서 5만8000달러까지 가격이 치솟았죠. 첫 반감기 이후 다음 사이클이 도래할 때까지를 기준으로 잡으면 2012년에서 2016년까지 5158%, 2016년에서 2020년에는 1253% 상승했습니다. 이번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겁니다.

비트코인은 이번 반감기 전까지 1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9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 운용사인 3iQ 코프의 마크 코너스 리서치 디렉터는 이번 반감기 이전에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 10만 달러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는데요. 그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로 기관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가격이 더욱 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코너스는 “비트코인이 올해 반감기 전부터 랠리를 보이고 있다”며 “이전에는 모든 것이 공급 충격에 관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수요 충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죠. 현물 ETF 출시 이후 투자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이 계속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월가 대표 강세론자인 톰 리 펀드스트랫 공동창업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단기적으로는 8만2000달러, 올해 연말까지는 15만 달러를 돌파해 훨씬 더 높은 장기 추세선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이 약 3년 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때는 지금 같은 펀더멘탈과 구조적인 지지력이 없었다”면서 “이번 비트코인 상승랠리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죠.

비트코인을 1000개 이상 보유한 ‘큰손’들이 늘었다는 것도 눈길을 끕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고래’(whale)라고 일컬어지는, 비트코인을 1000개 이상 보유한 큰 손들의 고유 주소(unique address)는 2104개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159개에 달했던 지난달 말보다는 줄어들었지만, 1998개였던 1월 19일에 비해서는 많이 늘어난 숫자입니다. 1월 19일 비트코인은 4만1000달러 선에서 거래됐고 이달 8일에는 사상 처음 7만 달러를 넘는 등 급등했는데도 고래의 주소가 100개 이상 늘어난 건데요. 이들이 그 이상의 가격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죠.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반감기는 다르다고?…거시 경제·기관 진입 등 변수 거론되기도

그렇다고 비트코인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비트코인이 올해 들어서만 50% 가까이 상승하면서 가격 조정을 예상하는 신중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죠.

팔로워 80만 명을 보유한 가상자산 분석가 벤자민 코웬은 X(옛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의 지속 불가능한 랠리 패턴을 우려하면서 50%에 달하는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그는 1월엔 비트코인이 반감기에 가까워질 때 크게 조정을 받는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반감기가 지난 후 비트코인 가격이 항상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도 유의해야 합니다. 3차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수차례 30% 이상 하락했습니다. 최고가에 비해서는 최대 70% 이상 급락하기도 했죠. JP모건 체이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4월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30%가량 떨어진 4만2000달러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요. 반감기 호재는 가격에 선반영된 상태고,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생산 비용이 크게 상승하면서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다는 주장입니다.

비트코인 가격 형성에 반감기뿐만 아닌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을 형성했던 2021년 11월 전후엔 반감기에 대한 기대 말고도 가격 급등을 이끌어낼 만한 요인들이있었습니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유동성 정책을 펼쳤는데요. 시중에 현금이 많고 금리가 낮은 상태가 지속되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돈이 몰리는 경향이 짙어졌죠.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실명 계좌 수는 2019년 말 88만 개에서 2021년 3월 말 379만 개, 같은 해 6월 말에는 676만 개로 늘어난 바 있습니다. 지난 반감기 전후로 거시 경제적인 변수가 있었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과 반감기 사이 정확한 상관관계를 정의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기관의 투자자금 유입이 변수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기관이 시장에 대거 진입, 대규모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확보하면서 공급량 해소가 이전 같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나오는데요. 실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대금은 미국 투자시장에서 연일 최대치를 찍고 있습니다. 5일(현지시간) 현물 ETF의 일일 거래량은 100억 달러를 돌파해 상장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죠. 한화로는 약 13조3000억 원에 달합니다.

시장 과열 우려도 여전…“단기 변동성에 유의”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밈코인 가격의 동반 급등과 한국 프리미엄 상승은 통상 시장 과열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밈코인은 결제나 보안의 기능 없이 단순한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건데, 이들 가격이 갑자기 오르면 코인 시장의 열기가 마무리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또 국내 코인 매매 거래가 늘면서 한국 거래소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팔리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도 높은 상황인데요. 11일 오후 2시 50분 기준 환율을 적용한 비트코인 1개 가격은 9000만6543원(6만8597달러)이지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김치 프리미엄이 5.88% 더 붙은 9662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전의 반감기만 고려한다면 아직 비트코인의 본격적인 상승은 오지 않았다는 판단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건 투자의 세계에 확실한 건 없다는 사실이죠. 특히 비트코인의 경우 상승기 때에도 30%에 달하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큰 변동성을 보인 바 있기에 단기적 가격 변동에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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