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주가연계지수(ELS) 분쟁조정안이 공개되면서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일정 수준의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관련 배상이 지급될 경우 과거 사모펀드 사태와 유사하게 은행의 이익 감소, 비이자이익 위축 등 파급 효과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SK증권은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법 시행 시점, 고객별 가중·차감 항목 적용 수준 등에 따른 영향이 관건이지만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대형은행 중심으로 일정 부담은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홍콩 H지수 ELS에 대한 분쟁조정기준을 발표했다. 은행의 경우 은행별로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 사항이 발견되었음을 근거로 최소 20~30%에서 최대 40%까지 기본 배상비율을 적용했다.
영업목표 설계 부적정 등 내부통제부실을 명목으로 10%포인트의 공통 가중도 적용됐다. 이는 대면 판매 기준으로 온라인 판매의 경우 5%포인트가 적용된다. 은행의 ELS 판매가 대부분 창구에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최소 30% 이상의 배상비율이 기본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고객 가입 목적, 연령, 은행 자료 유지·관리 미흡 등에 따라 최대 45%포인트의 가산항목과 투자경험, 매입·수익규모, 금융상품 이해능력 등 여부에 따라 최대 45%포인트의 차감항목이 적용된다. 결국, 기타 조정 최대 10%포인트 안팎으로 감안하여 최종적인 배상 비율이 결정될 전망이다.
SK증권은 이러한 분쟁조정안과 올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H지수 ELS 손실 추정액을 은행별 ELS 만기 도래액 규모로 배분해 각 은행에 미치는 시나리오 테스트 추정했다. 올해 예상되는 H 지수 ELS 손실액 추정 금액은 지난달 말 기준 연간 5조8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은행과 증권 간 손실금액 비율을 적용할 경우 은행의 경우 약 4조8000억 원으로 보인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배상 등 규모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저 기본 배상비율 20%에 공통 가중 10%포인트를 적용한 배상비율 30%만을 가정할 경우 가장 익스포저가 많은 KB금융이 약 7000~8000억 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약 1000~2000억 원 규모의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중요인 등을 감안하여 배상비율이 평균 40%까지 올라가는 경우에는 KB금융이 약 1조 원,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약 2000~3000억 원 규모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상이 지급될 경우 영업외비용 등을 통해 재무제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며 은행의 전반적인 투자상품 판매 위축, 자산관리 관련 손익 감소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상비율 등의 산정 근거가 된 적합성 원칙이나 내부 통제 미비 등과 관련해 법적 다툼의 여지가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ELS 전체 손실 규모나 여론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감안했을 때 실제 법적 분쟁까지 이어질 것인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