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불황에 홍콩ELS 배상 문제도
"IB 실력 검증…안정 경영 기대"
NH투자증권 신임 사장 후보에 윤병운 부사장이 내정되면서 그 앞에 쌓인 과제도 주목 받고 있다.
인선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 간 충돌을 빚은 데다, 노동조합이 반대에 나서고 있는 만큼 내부화합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업계 불황 속 실적 개선을 이끄는 것도 주요한 과제다.
12일 NH투자증권은 전날 정기 이사회에서 윤병운 IB사업부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 부사장은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윤 부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취임하면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과제로 '내부 안정'이 꼽힌다.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는 사장 후보를 추리는 과정에서 의견이 부딪혔는데, 윤 부사장이 갈등을 수습하고 중앙회와 지주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해야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앞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범 농협'의 일체성을 강조하며 정통 '농협맨'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추천했다. 반면 이석준 금융지주회장은 증권업 전문가를 선임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중앙회의 인사개입에 선을 그으면서 윤 부사장이 적임자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NH투자증권의 독립 경영을 지켜야하는 것도 과제다. 농협의 신경분리(금융과 경제 사업 분리) 원칙에 따라 NH투자증권은 그간 독립경영을 지켜왔지만 중앙회가 범농협 차원의 시너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경영 기조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특히 조부모 회사 격인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없다. 농협의 지배구조는 '중앙회→금융지주→금융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중앙회가 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금융지주는 NH투자증권 지분 56.82%를 갖고 있는 구조다.
노사 갈등도 들여다 봐야 할 숙제로 꼽힌다. 노동조합은 내부 출신인 윤 부사장을 '정영채 라인'이라며 반대하고 있어서다. 노조는 주총 때까지 퇴진에 대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유 부사장 어깨에는 업계 불황의 짐도 얹혀있다. 증권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침체로 인한 딜 부족,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 등 시장 침체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18년부터 매년 최대 실적을 내며 2021년 최초로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어섰으나 이듬해 반토막 난 이후, 호황기 때만큼 반등을 이뤄내진 못 하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인상기가 시작되며 거래 대금이 줄고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서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7240억 원으로 전년(5220억 원) 대비 38.7% 증가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44.0% 감소한 규모다.
여기에 홍콩 관련 ELS(주가연계증권) 배상 문제도 새로운 리스크다. 금융감독원은 11일 홍콩H지수 기초 ELS을 불완전판매한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손실 금액 일부를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증권사의 경우 온라인 판매가 중심이라 배상 문제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NH투자증권을 포함한 증권사도 불완전판매 사례로 지적됐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커버리지 증권사들의 예상 배상액은 상반기 1878억 원, 하반기 437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내부에서는 투자은행(IB) 황금기를 이끈 정영채 사장과 20년을 호흡한 만큼 안정적 경영철학을 견지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윤 부사장이 오랫동안 IB 부문을 맡아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실력은 검증됐다고 보고 있다"며 "내부 출신 인사가 최종 발탁되면서 모험적인 경영보다는 화합을 비롯, 안정적 운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