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으로 수감된 이들의 편지만 보고 직접 진료하지 않은 채 향정신성의약품 등이 포함된 처방전을 써준 의사에게 2개월간 면허정지를 내린 보건복지부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12부(당시 재판장 정용석 판사)는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청구한 의사면허 자격정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4년부터 광명시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의사 A씨는 2019년~2020년 사이 마약사범으로 수감돼 있는 수감자의 편지로 증상을 확인하고 직접 진찰하지는 않은 채로 총 17회에 걸쳐 처방전을 작성해줬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2021년 의료법위반죄로 A씨에게 벌금 300만 원에 처하는 약식명령을 내렸고, A씨가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서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됐다.
보건복지부가 이에 따라 이듬해 의사면허 자격정지 2개월을 처분하자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이에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수감자들이 통증을 호소하기에 의사로서 책임감과 안타까운 마음을 느껴 최소한의 비용만을 받고 처방전을 발급해 줬을 뿐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당초 원격진료나 대리처방이 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것으로 착오했다가 대리처방 관련 안내문을 통해 불법임을 확인한 다음 곧바로 중단했다”면서 “수감자들이 마약사범이라는 인식을 가진 상태에서 이 사건 위반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에 관해서는 혐의없음 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엄격했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경우 환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증상이나 건강상태와 맞지 않는 약이 처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잘못 처방된 약을 환자에게 투여하면 건강상태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투약 후 실제로 나쁜 결과가 발생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와 같은 처방전 발급행위는 엄격히 금지돼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또 “A씨가 처방한 의약품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것들도 포함돼 있다”는 점도 패소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향정신성의약품은 그 특성상 오남용의 우려가 있고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의료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어 A씨의 위반행위는 엄격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