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젠더 가치관 등 다방면에서 양극화 심해진 영향”
서울 소재 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주은(가명·23) 씨는 ‘비연애·비혼’을 다짐한 지 오래다. 연애를 하며 시간과 돈을 쓰기보다 본인의 삶에 더 집중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대학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김모(24) 씨는 “이성을 만나려고 하면 얼굴이나 머리스타일 등에 신경쓰게 되는데 내가 그렇게 되는 게 싫다”면서 “나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지 않았으면 해서 비혼, 비연애를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전했다.
경기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송지혜 씨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1년 여간 만난 애인에게 줄 화이트데이 선물을 신중하게 골랐다.
송 씨는 “지난 달 밸런타인데이 때 고가의 향수를 선물 받았다”면서 “비슷한 금액의 선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에어팟 등을 선물로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 주고 받는 것이기 때문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크게 안 든다”고 덧붙였다.
대학생들의 연애 문화가 양극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기계발 등 다양한 이유로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을 택하는가 하면, 만나는 상대를 위해 비용 투자를 아끼지 않기도 한다.
비연애를 택하는 이들의 다수는 연애 자체에 대한 부정적 태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달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전국 미혼남녀 20~59세 117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한국 20~30대 미혼 남녀 57.3%는 연애 경험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애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 원인’이 17.2%로 가장 많았다. ‘귀찮아서’, ‘관심이 없어서’라는 응답은 각각 9.5%, 9%였다. ‘딱히 이유가 없거나 이유를 모르겠다’는 항목도 15.8%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또 지난 2022년 9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청년의 연애, 결혼, 그리고 성 인식’에 따르면 응답자의 65.5%는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으며, 연애하고 있지 않은 청년의 70.4%는 자발적인 비연애 상태라고 했다.
향후 결혼 의향에 대해서는 51.0%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결혼을 꺼리는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9.9%),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해서(38.2%), 결혼할 만한 상대가 없어서(28.5%) 순으로 많았다.
반면, 연인에게 고가의 선물도 주저하지 않는 청년들도 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비교적 적은 금액의 사치를 통해 만족감을 추구하는 ‘스몰 럭셔리’ 열풍이 불면서 젊은 세대 연인 간 고가의 선물을 주고 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생 박재민(22) 씨는 “대학생이라 돈이 많지는 않아서 애인과의 생일 데이트를 몇 달에 걸쳐 준비한 적도 있다”면서 “기왕 하는 기념일 데이트에서 보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선물도 하고 싶다”고 했다.
이 같은 양상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양한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사회가 여러 부분에서 양극화 되면서 빈곤의 격차도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우리 사회 물질주의가 점점 더 심해지면서 연애를 하려면 이벤트도 열어줘야하고, 고급 레스토랑도 방문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면서 “그게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나는 연애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극단적인 남성혐오, 여성혐오로 양극화된 가치관이 최근의 사회 분위기에 따라 너무 확고해져버린 것으로도 설명 가능하다”면서 “연애를 하기도 전에 ‘여자는 이럴 거야, 남자들은 다 그래’라고 생각하는 게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